他기업 출산장려책과 형평성 논란
현금성 지원으로 절세 악용 우려도
기재부 등 세정당국 "내부 검토중"
민간기업이 아이 한명당 1억원이라는 '통 큰' 출산장려정책을 내놓자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합계출산율 0.70명까지 위태로운 상황에서 나온 민간기업의 전향적 조치라는 긍정적 시각이 우세해 "세제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다만 다양한 형태로 저출생 지원책을 펴고 있는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절세 악용 가능성 차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12일 기획재정부는 부영그룹의 '1억원 출산장려금'을 놓고 내부검토에 들어갔다. 기재부와 국세청 등 세정당국이 최우선으로 살펴볼 내용은 '상대적으로 큰 금액'의 출산장려금에 대한 세제지원 가능 여부다.
지난 5일 시무식에서 이중근 부영 회장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자녀 70여명에게 1억원씩 총 70억원을 지급했다. 기업이 '1억 장려금'을 지급한 것은 최초다.
문제는 세금이다. 부영은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근로소득'이 아닌 '증여' 방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근로소득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15%(4600만원 이하), 24%(8800만원), 35%(1억5000만원 이하), 38%(1억5000만원 초과) 세율이 각각 적용된다. 기본연봉 5000만원이라면 추가분 1억원에 대해 3000만원 안팎의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
증여 방식이라면 1억원 이하 증여세율 10%만 적용돼 1000만원만 납부하면 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5~6월 전남 순천의 고향마을 주민 280여명에게 최대 1억원씩을 '기부'하면서 증여세를 먼저 공제하고 최대 9000만원가량을 현금 입금했다.
고용계약과 무관한 고향주민에게 쾌척하는 '기부' 방식을, 회사 직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부영 측이 '출산장려금 기부면세'를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수령자(직원)에게 기부금 면세 혜택을 주고, 기부자(회사)에도 세액공제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현재 출산·보육수당에 대한 비과세 한도는 월 20만원이다. 2023년 세법개정을 통해 올해 1월 1일부터 한도가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늘었다. 수령자의 과세면제 금액을 늘리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기업의 현금성 지원에 세액공제를 해 줘야 한다는 여론에도 정부는 다른 기업과 형평성 문제 등도 고심 중이다. 현금성 지원 대신 여성의 출산·육아 휴직 확대나 남성도 출산 시 일괄 휴직을 하도록 하는 기업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례로 포스코의 경우 육아기(만 8세 이하)에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한미글로벌도 셋째를 출산하면 차상위 직급으로 승진을 시켜준다. 롯데그룹은 전 계열사에 여성 자동육아휴직 제도와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기업들의 이 같은 지원책도 사실상 저출생 극복을 위한 비용 투입이다. 또 출산장려금에 세제지원을 하면 절세로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 사후 관리 요건 등도 마련돼야 한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금지원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했을 때 저출생 지원책을 펴고 있는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없는지, 일·가정 양립과 같은 (기존의) 출산정책과 충돌이 없는지 등이 기재부가 고민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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