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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금리 죄고, 저기선 저리대출…한은 할 일이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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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창용 총재와 조윤제 금통위원이 오래된 숙제를 꺼낸 것”



대출한도 20조~30조원에 이르는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이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견이 표출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이 60년간 이어진 해묵은 논쟁의 한 가닥이라고 말한다. 금중대가 1962년 박정희 정권 때 도입된 ‘선별적 재할인제도’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다. 당시 재정 대신 한은의 발권력이 동원된 탓에 그간 이 제도가 중앙은행이 해야 할 책무와 맞는지를 놓고 숱한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은의 보완적 정책수단이 되고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번 기회에 심도 있는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달 한은이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1월11일 회의에서 금중대를 둘러싼 이견이 제기됐다. 금중대 총한도 30조원 중 유보분인 9조원도 지방 중소기업 등에 지원하는 방안을 의결하면서 벌어진 논쟁이다. 조윤제 금통위원은 “통화긴축 기조와 다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반대 소수의견을 냈다. 반면 ‘다른 일부 위원’은 “금리정책을 보완하는 정책수단이 될 것”이라는 상반된 견해를 밝혔다. 소수의견 이외의 금통위원 의견은 익명으로 공개되는데, 이 발언은 이창용 한은 총재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지난 1일 한국경제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도 “금중대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반된 견해가 병존한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금중대 논쟁은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금중대는 시중·지역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준 뒤 한은에 국채 등 담보를 맡기고 해당 대출액 만큼을 기준금리보다 낮은 금리(현재 연 2.0%)로 자금 조달하는 제도다. 싸게 자금을 조달하는 까닭에 중소기업에 적용하는 대출금리도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그 뿌리는 1962년 선별적 재할인제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 재정이 탄탄하지 못한 상황에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중앙은행 발권력을 동원한 것이 시초다. 이후 총액한도대출(1994년), 금융중개지원대출(2013년)로 변경됐으나 중소기업에 저리자금을 지원하는 큰 틀은 유지됐다. 한은의 독립성 강화로 규모는 점차 축소됐으나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책금융 역할이 커지면서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금중대는 중앙은행 고유의 역할로 보긴 힘들다. 중앙은행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통화정책을 펼치는데, 금중대는 특정 계층을 위한 재정정책에 가까워서다.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금중대와 유사한 특정부문 대출을 도입한 중앙은행은 우리나라 이외에는 거의 없었던 이유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는 정부가 재정을 놔두고 중앙은행 발권력을 손쉽게 동원하면서 통화정책에 교란을 주는 금중대를 폐지 또는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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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효율성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늘고 있다. 물가 자극 등 유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통화정책을 교란하지 않는다면 금중대가 취약계층에 대한 보완적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별적인 취약계층 지원 수단을 가지고 있다면 무차별적인 통화정책을 펼쳐나가는 데 부담이 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금중대가 유동성에 부담을 주지 않는 규모(수십조원대)로 운영되고 있으며, 금중대에 따른 시중 유동성 확장 규모는 통화안정증권 발행 등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곧바로 흡수하고 있다고도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보다 발전적인 연구를 기대한다. 이 총재가 더 나아가 ‘제로금리 하한’ 국면에서의 금중대 활용까지 언급해서다. 경기 침체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려도 경기와 물가가 살아나지 않으며 재정도 여력이 없을 때 금중대가 유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은 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손욱 한국개발연구원(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금중대는 나라 곳간이 넉넉하지 못할 때 도입된 독특한 제도로 재정의 역할이므로 (한은 정책수단에서) 없애야 한다는 논쟁이 있었으나, 그 누구도 손대지 못한 채 오래됐으니 그냥 시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원론적으로 보면 조 금통위원 얘기가 맞고, 현시점에서는 이 총재의 주장도 틀리지 않다. 오래된 숙제가 다시 부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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