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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의 진화]쇼핑에 힐링까지…명소로 재탄생

매경이코노미 김헌주 노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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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똑같은 고속도로 휴게소는 옛말이 됐다. 나름의 특색을 내세워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자연휴양림을 조성한 휴게소가 있는가 하면 대형 할인마트를 입점시키거나 먹거리를 차별화해 지역 명소로 떠오른 휴게소도 등장했다. 애완견 공원이 있다는 소식에 애견 인구들이 즐겨 찾는 휴게소도 이젠 놀랍지 않다. 독특한 휴게소들이 늘어나면서 이용객들도 기왕이면 이름난 휴게소를 일부러 찾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경기도 이천의 덕평휴게소는 ‘멋진 교외형 카페와 공원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1200만명이 다녀갔다.

고속도로 이용객이 급증하면서 휴게소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휴게소 민영화와 함께 대기업 참여를 허용한 점 또한 휴게소 경쟁에 불을 지핀 요인이다.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잠시 들르는 곳’에서 ‘머물고 싶은 곳’ ‘찾아가고 싶은 곳’으로 재탄생한 휴게소. 이번 명절엔 어떤 휴게소에 들러볼까.


앉아서 돈 버는 시대는 끝

볼거리·즐길 거리로 승부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가정주부 오 모 씨(35)는 최근 충북 청주에 사는 여동생을 만나기 위해 마장 프리미엄 휴게소를 찾았다. 일산과 청주 중간 지점을 물색하다 중부고속도로상에 위치해 있는 마장휴게소가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마장휴게소는 상·하행 분리돼 있지 않고 통합 운영된다. 오 씨는 “지난 4월 우리나라 최대 규모 복합휴게소가 생겼다는 말만 듣고 한번 가보고 싶었다. 동생과 만나 커피 마시며 얘기를 나눈 후 스포츠 매장에서 필요한 용품을 사고 롯데마트에서 장까지 보고 돌아왔다. 휴게소가 아니고 어디 아웃렛에 동생과 놀러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매점, 푸드코트, 화장실’ 3종 세트로 구성된 천편일률적인 휴게소가 1세대였다면 각종 테마형 휴게소는 2세대, 최근 등장한 복합휴게소는 3세대로 칭할 수 있다. 복합휴게소는 마장휴게소처럼 기본적인 휴게소 기능 외에 쇼핑, 외식, 엔터테인먼트, 레저 등이 동시에 가능한 종합휴게소를 말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고속도로 내 복합휴게소가 보편화돼 있다. 일본만 해도 1990년 이후 숙박과 종합휴양시설을 갖춘 휴게소가 곳곳에 들어서 있다.

국내 복합휴게소 1호는 2007년에 설립된 영동고속도로상의 덕평자연휴게소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이 휴게소는 아웃렛, 올레길, 허브농원, 애완견 체험학습장 등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를 갖췄다. 주말이나 여름휴가철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다른 목적지를 가는 도중 들렀다 가기도 하지만 내비게이션에 최종 목적지로 덕평휴게소를 찍고 찾아오는 사람도 많아졌다. 덕분에 설립 첫해인 2007년 100만명이던 방문객이 지난해 1200만명으로 껑충 뛰었다.


덕평 방문객 5년 만에 1200만명 돌파

외형 커졌지만 서비스 질 개선 필요


덕평휴게소가 성공 모델로 떠오르자 최근 복합휴게소 2곳이 더 생겼다. 지난 3월 경부고속도로상의 기흥휴게소(부산 방향)가 1만5250㎡의 유휴부지를 개발하고 아웃도어 전문 쇼핑몰을 개장했다. 쇼핑뿐 아니라 전시·공연 공간을 마련하고 인공 실내 암벽장 등 레저 시설도 갖췄다. 4월에는 덕평휴게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마장 프리미엄 휴게소가 문을 열었다. 마장휴게소는 기존 최대 규모인 덕평휴게소(건축 연면적 1만517㎡)보다 3배 가까이 큰 2만7490㎡ 규모로 쇼핑몰, 전문 식당가 등이 입점해 있다.

복합휴게소가 등장한 건 한국도로공사가 민간 자본(민자) 휴게소를 허용한 이후부터다. 2001년 최초의 민자 휴게소인 행담도휴게소(최대주주 씨티은행)를 제외한 나머지 3곳의 민자 휴게소 모두 복합휴게소로 개발됐다. 덕평휴게소는 코오롱글로벌, 기흥휴게소는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를 만든 평안L&C 계열사, 마장휴게소는 SK에너지, 파리크라상, 풀무원 자회사 ECMD 등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도로공사가 계획 중인 4곳의 민자 휴게소(시흥, 매송, 목감, 안산) 또한 복합휴게소로 개발될 예정이다. 특히 풀무원 ECMD가 최대 출자자로 나선 시흥복합휴게소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상에 설립되는데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선 상공형 휴게소(고속도로 본선의 위쪽 공중을 활용해 짓는 방식)’로 짓는다는 복안이다. 이 휴게소는 2015년께 문을 연다. 김성욱 도로공사 사업개발팀 차장은 “민간의 창의성을 도입해 휴게소 이용객에게 다양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민간 자본을 많이 끌어들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휴게소 경쟁이 치열해지고 외형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서비스 측면에서도 개선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도로공사가 전국 170여개 휴게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운영서비스 평가에 따르면 최우수 휴게소는 칠곡휴게소(서울 방향), 우수 휴게소는 공주(당진), 이천(하남), 홍성(시흥), 덕유산(하남)휴게소였다. 매출 상위 5대 휴게소인 덕평(복합휴게소), 여주, 행담도, 화성, 안성휴게소는 어느 곳도 우수 등급 이상을 받지 못했다. 고객 만족, 위생 관리, 상거래 질서 등 각종 항목에서 골고루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취재 : 김헌주·노승욱 기자 / 사진 :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24호(13.09.11~09.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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