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규 연세대 교수(경영학)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자신의 연구실에서 도파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도파민은 주로 새로운 것을 탐색하거나 성취하는 과정에서 ‘기쁨’의 감각과 감정을 지배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게임이나 쇼핑을 할 때, 음란물을 볼 때도 보상 작용처럼 도파민이 분비된다. 비슷한 자극이 반복되면 뇌는 도파민을 적게 생산하거나, 도파민에 반응하는 수용체 수를 줄인다. 동일한 쾌감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자극을 찾는 ‘중독’으로 가는 길이다.
세상 모든 자극의 집합소인 스마트폰과 도파민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스마트폰은 위험하지 않다’고 방심하는 사이 우리는 도파민을 얻고, 대신 많은 것을 잃었다. 스마트폰 중독 실태와 빠져들 수밖에 없는 알고리즘의 비밀, 치유책을 4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호모 아딕투스(Homo Addictus). 24시간 손안에 든 스마트폰으로 ‘중독된 신인류’가 탄생했다는 의미다. 이는 순전히 개인의 욕구일까? 빅테크 기업들은 고객의 빅데이터를 수집해 날이 갈수록 더 정교한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이를 통해 이용자를 중독시키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있다. 디지털 시대 중독 문제를 다룬 책, ‘호모 아딕투스’의 저자인 김병규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모든 기업이 사람들을 스마트폰에 붙들어놓을 ‘중독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하는 중독경제시대로 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지난 9일 한겨레와 만나 “잘나가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중독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고 중독을 디자인하고 있다. 게임, 에스엔에스(SNS) 등 사실상 모든 기업은 인간 두뇌 속 보상회로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다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핵심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시간과 관심을 완전히 붙들어놓고 점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빅테크 기업들의 중독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한 국내 몇 안 되는 연구자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호모 아딕투스’라는 신인류의 탄생부터 설명해주세요.
“이걸 이해하려면 ‘보상회로’를 알아야 해요. 뇌에는 보상을 받거나 기대할 때 활성화되는 보상회로가 있어요. 이 회로가 자극되면 쾌감을 느끼고 도파민이 분출돼, 쾌락 대상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갖게 됩니다. 중독에 빠지는 거죠. 이 회로를 직접 자극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다면 사람들은 온종일 이 스위치만 누르겠죠.”
―그 스위치가 스마트폰인가요?
“그렇습니다. 언젠가부터 사람들 손에 쥐어진 스위치가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인간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보상회로를 자극할 수 있게 된 거죠.”
―보상회로는 옛날부터 있던 건데, 최근 들어 중독성이 더 문제가 되는 이유는 뭘까요?
“과거엔 법으로 금지되는 마약을 제외하면 니코틴이나 술 정도가 보상회로를 강하게 자극했어요. 달콤하거나 기름진 음식도 보상회로를 자극하지만, 배부르면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죠. 그런데 스마트폰은 달라요. 소셜미디어의 ‘좋아요’ 수, 쇼핑 앱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할인 쿠폰, 게임 앱의 확률형 아이템 등 무궁무진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계속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게 되고, 중독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시대죠.”
―기저에 ‘중독 경제 비즈니스’가 있다는 얘기네요.
“오늘날 중독은 돈과 같아요. 산업 전체가 디지털 중독을 연료 삼아 돌아가는 ‘중독 경제’를 향해 질주하고 있어요. 기업의 형태는 달라도 모든 기업이 사람들을 스마트폰에 붙들어놓을 ‘중독 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나서고 있는 거죠. 핵심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시간과 관심을 완전히 붙들어놓고 점유하는 것이에요.”
―대표적인 예를 들어주신다면요.
“요즘 모든 앱이 에스엔에스화되고 있어요. 쇼핑 앱 쿠팡도 상품 리뷰를 남기면 타인이 ‘좋아요’를 누를 수 있도록 설계했고요. 대부분의 동영상이 쇼트폼으로 바뀌고 있어요. 틱톡이 나오더니 유튜브 쇼츠가 나오고 인스타그램 릴스가 나오고 있죠. 쇼트폼이 훨씬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죠.”
―미래의 중독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모습일까요?
“메타버스가 무서워요. 메타버스는 에스엔에스의 진화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에스엔에스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는 사람들은 현실에서 돈이 많거나 외모가 뛰어난 사람들이거든요. 돈이 없거나 외모가 뛰어나지 않은 사람은 에스엔에스에서 소외됩니다. 그런데 메타버스 세상은 아바타 기반이잖아요. 현실의 내 모습과 관계없이 아바타를 통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여기에 에스엔에스 요소가 결합된다고 보면 돼요. 아바타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칭찬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내가 아바타를 만들어서 돈을 쓰고, 거기에 사람들이 멋있다고 말을 걸어준다. 그러면 엄청 행복해하지 않을까요?”
―암울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네요.
“너무 미래를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어요. 어떤 현상이 강하게 발생하면 반대되는 움직임이 생겨나거든요. 요즘 미러클 모닝, 디지털 디톡스 등 중독적인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욕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요.”
―그래도 우려되는 지점은 있을 것 같은데요.
“가장 우려되는 것은 양극화입니다. 소득, 교육 수준이 높다면 사람들은 더 중독적인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할 거예요. 하지만 그렇지 못한 계층의 사람들은 자신이 중독된지 모르고 살아갈 수 있어요. 이런 사람들을 위해 교육이 필요해요. 내가 중독됐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죠.”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중독 비즈니스 모델의 폐해가 클 것 같은데요.
“네. 상대적으로 아이들은 성인보다 자기조절력이 부족하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중독 비즈니스 모델에 무분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해요.”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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