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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쓰는 '다이슨 청소기'는 5126번의 실험 실패 끝에 발명됐다 [책과 세상]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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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다이슨-5126번의 실패에서 배운 삶'
영감·직감으로 디자인, 혁신으로 시장요구 맞춰
흡입력 떨어진 청소기 열어 보고 혁신 아이디어
제임스 다이슨. 다이슨 제공

제임스 다이슨. 다이슨 제공


성공한 사람의 일대기를 읽는 것은 빛나는 성과를 반추하는 데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도전과 실패의 기록에서도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가전업체 다이슨 창업자의 자서전 ‘제임스 다이슨’도 그런 책이다. 부제가 ‘5,126번의 실패에서 배운 삶’인 이유다.

제임스 다이슨(76)의 이야기는 영국 노퍽주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여의고 상실감과 두려움에 빠졌던 유년시절에서 시작한다. 1960년대 가구 디자인 전공으로 입학한 런던 영국왕립예술학교(RCA)에서 그의 인생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도중에 전공을 바꿀 수 있었고 전공 간 교류가 가능했다. 그렇게 교류하면서 매력적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다이슨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다학제 교육을 통해 크게 두 가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예술과 과학, 발명과 제작, 사고와 행동은 하나이자 동일한 것일 수도 있다.” 다이슨 제품에 담긴 디자인 철학의 연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수상스키, 외차선(회전식 패들을 통해 추진력을 갖는 보트) 등의 디자인과 상용화 실패 경험으로 체득한 것도 있다. 아무리 훌륭한 발명품이라도 시장 상황과 맞지 않으면 ‘비운의 명기’가 된다는 사실이다.

다이슨이 찾은 돌파구는 시장 조사에 집중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고유한 영감과 직감으로 디자인에 몰입했다. 끊임없이 시제품을 만들고 혁신을 거듭해 시장의 요구에 맞췄다. RCA 졸업 후 기술기업 로토크(Rotork)에 취업한 뒤 다목적 고속상륙정 ‘시트럭(Sea Truck)’으로 첫 성공을 맛본다. 이후 ‘커크 다이슨’을 창업해 가볍고 견고한 화학 신소재로 만든 손수레 ‘볼배로(Ballbarrow)’를 내놓는다. 제품은 잘 팔렸지만 유사품이 쏟아졌고, 자기 회사에서 쫓겨난다.

이번에도 다이슨은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창고로 들어가 디자인에 몰입했다. 어느 날 진공청소기로 먼지가 잘 빨아들여지지 않은 것이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열어 본 청소기 안에서 그는 동전을 발견했다. 먼지봉투의 미세 구멍을 막아 흡입력을 떨어뜨린 것을 알아차린 그는 1993년 먼지봉투가 없는 혁신적 진공청소기 ‘사이클론’을 내놓았다. 장기 사용이 가능한 필터를 장착해 흡입한 먼지와 공기를 분리하는 방식이었다. 부제의 '5,126번'은 그가 4년간 사이클론 청소기 시제품을 만들었다 실패한 횟수다.

“아무리 좌절하더라도 실패로 인해 패배하지는 않았다. 5,126개의 실패작은 5,127번째 시제품이 제대로 작동하기 전까지 발견 및 개선 과정의 일부였다.” 다소 건조한 서술이지만, 혁신가만의 경험과 성과가 특별하기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책 곳곳의 제품 설계도와 스케치도 눈길을 끈다.
제임스 다이슨• 제임스 다이슨 지음•김마림 옮김•사람의집 펴냄• 568쪽•3만 원

제임스 다이슨• 제임스 다이슨 지음•김마림 옮김•사람의집 펴냄• 568쪽•3만 원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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