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퇴진 수준에 다다른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지지율이 집권여당인 자민당의 비자금 의혹 속에 20% 초반까지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내각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까지 떨어지자 기시다 총리는 내각과 자민당 내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아베파 소속 의원을 모두 물갈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은 민영방송인 후지뉴스네트워크(FNN)와 함께 지난 9∼10일 진행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인 22.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11∼12일 조사보다 5.3%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지난달보다 3.1%포인트 상승한 71.9%였다.
이번 조사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책임을 묻는 문항에서는 ‘많이 있다’와 ‘약간 있다’를 합한 수치가 87.7%였다. 최근 5년간 1000만엔(약 9070만원)을 넘는 비자금을 챙긴 의혹을 받는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의 대응에 대해서는 87.4%가 ‘납득할 수 없다’고 답했다. 내각 2인자이자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장관은 정례 기자회견과 국회 등에서 비자금 의혹과 관련된 질문에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해 비판을 받았다.
비자금 조성 의혹의 여파가 커지자, 기시다 총리는 정부 각료와 차관급 인사는 물론 자민당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아베파 소속 의원까지 모두 물갈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내각에서 각료로 활동하는 아베파 의원은 히로카즈 관방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스즈키 준지 총무상, 미야시타 이치로 농림수산상 등이다. 이들 중 비자금 조성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인물은 마쓰노 장관과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이지만, 기시다 총리는 지지율이 ‘정권 퇴진’ 위기까지 추락하자 아베파에 속한 의원 전원을 정부 고위직에서 사퇴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기우다 고이치 정무조사회장, 다카기 쓰요시 국회대책위원장, 세코 히로시게 참의원 간사장 등 자민당에서 요직을 맡은 아베파 의원도 경질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
한편 요미우리신문은 마쓰노 장관과 니시무라 경제산업상, 하기우다 정무조사회장 등 기존에 의혹이 제기된 6명 외에 하시모토 세이코 전 올림픽담당상과 오노 야스타다 의원 등 4명도 5년간 1000만엔(약 9000만원)이 넘는 비자금을 받고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비자금 게이트와 관련해 실명이 거론된 아베파 의원은 벌써 10명이며, 도쿄지검 특수부가 임시국회가 끝나는 오는 13일 이후 수사를 본격화하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관저에서 개각·자민당 인사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 사이에서 정치자금 의혹이 확산하는 점을 심각히 받아들이며, 위기감을 갖고 있다”면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국정이 지체되지 않도록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대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도쿄지검의 수사가 본격화되기에 앞서, 오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자금 의혹에 대한 대응과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설명할 계획이다. 인사 시점과 관련해서는 임시국회가 종료된 뒤 이르면 이번 주 단행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아베파 의원을 대폭 물갈이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아베파 내부에서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파는 소속 의원 수가 99명으로, 뒤를 잇는 파벌인 아소파와 모테기파가 50여 명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이러한 세력을 바탕으로 2000년 이후 모리 요시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베 신조, 후쿠다 야스오 등 4명의 총리를 배출했고, 기시다 총리도 아베파를 배려해 요직에 다수를 기용해 왔다.
그러나 일부 의원만 교체했다가 나중에 또 다른 인사의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면 내각 지지율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어 아베파 소속 주요 보직자 전원을 물갈이하는 방안이 부상한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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