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봉 김앤장 변호사 |
백기봉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유엔 산하 상설전쟁범죄재판소인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재판관에 뽑혔다. ICC 재판관은 총 18명으로 3년마다 당사국총회에서 재판관 6명을 선출한다. 임기는 총 9년이다.
백 변호사는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ICC 당사국총회에서 신임 재판관 6명 중 한 명으로 선출됐다. 한국인이 ICC 재판관으로 선출된 것은 세 번째다.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재판관과 최고 책임자인 소장을 지낸 데 이어 2015년부터 정창호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재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6개 공석 놓고 13개 후보자 경합..2/3표 이상 획득해 당선 확정
이번 선거에서는 총 6개 공석을 두고 13개국 후보자가 경합을 벌였고, 백기홍 후보자는 12개국 당사국 출석 중 유효 투표수(123표)의 2/3(82표)이상에 해당하는 83표를 받아 당선을 확정지었다. 6개의 재판관 공석에 우리나라 외 몽골, 프랑스, 슬로베니아, 루마니아, 튀니지의 후보자가 당선됐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집단학살, 전쟁범죄 등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는 최초의 상설 국제재판소다. 2003년 설립돼 20년간 국제형사정의 재판소로서 역할을 해왔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두고 있고 한국을 비롯해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전 세계 123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전쟁범죄, 침략범죄, 인도에 반한 죄를 범한 개인을 기소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유엔 안보리 회부, 로마규정 당사국 회부와 소추관 독자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나라는 ICC 설립 이래 4회 연속 재판관을 진출시키는 쾌거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전재외공관을 통해 전방위적 지지교섭 활동을 전개하고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의 긴밀한 협조로 후보자의 능력과 전문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이번 당선은 우리 정부의 이러한 노력과 함께 백기봉 당선자의 역량 및 우리나라의 ICC에 대한 기여를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출신 ICC 재판관 처음..국제법 전문가
ICC재판관 선거 현장(자료: 외교부) |
백 변호사는 국제형사법 전문가로 서울법대, 컬럼비아대 법학대학원(LL.M)을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국제법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수원 수료 후 서울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검찰에서 22년간 근무했다. 재임 기간 법무부 국제법무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 대검찰청 세계검찰총장회의준비사무국 외신대변인, 유엔마약및국제범죄사무소(UNODC) 방콕지부 선임법률자문관 등을 지냈다. 2014년 검찰을 떠난 그는 최근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기업 형사 분야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검사 출신 법조인이 ICC 재판관 후보로 지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 변호사는 선거에 앞서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ICC는 수사와 재판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잘 받아들여질지, 국제사회 전반의 신뢰와 지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외부의 자문을 수용하고 심의를 확대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개선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외교부는 “백 당선자는 ICC가 다루고 있는 중대 범죄 억제 및 피해자 구제, 선진 IT 기술 활용을 통한 재판 효율성 증진 등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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