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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긴장'…조희대 대법원장 후보 "총수 잘못과 기업가치평가는 분리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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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재직 시절 각종 기업 사건의 상고심에서 총수들의 범법 행위에 대해 "관용보다는 엄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온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인사검증 과정에서도 이 같은 소신을 드러내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선 조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임명될 경우 그의 소신이 우리 사법부 전체의 기조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보며 앞으로 총수들의 '사법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경제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문을 주호영 위원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는 이르면 8일 열리는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친다. 대법원장이 공석이 된 지 70일을 넘긴 데다가 인사청문회에 조 후보자의 자질 검증이 충실히 이뤄지면서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임명동의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런 가운데 재계는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밝힌 기업 관련 현안들에 대한 입장에 주목하고 그 취지를 해석하는 데 힘쓰는 분위기다.

특히 조 후보자가 기업 총수들에 대해 사법부가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거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별사면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내놓은 답변이 주목받는다.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관련 질의에 "기업인이라는 사정만으로 합리적 이유 없이 가중처벌을 받아서도 안 되겠으나 경영자 개인의 잘못과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는 분리돼야 한다는 국민의 지적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기업과 총수를 별개로 보고 총수의 잘못에 대해선 응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어 "객관적이고 엄정한 양형기준이 설정돼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사법부가) 특히 재벌 총수에 대해서만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도 등을 고려해 특혜를 주기 위해 감형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재벌 총수에 대해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다수 있다"라고도 했다. 특별사면에 관해선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란 점을 들어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말을 아꼈다.

재계는 조 후보자가 취임 시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와 '조건부 구속영장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을 크게 반기고 있다고 한다. 이들 제도가 재계가 꼭 필요로 했던 제도들이기 때문이다. 사전심문제는 압수수색 영장 심사 때 판사가 사건 관련자를 직접 심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수사기관의 막무가내식 압수수색을 제어하고 압수수색 대상자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도입이 검토돼 왔다. 조건부 구속영장제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더라도 피의자에게 거주지를 제한하는 등 일정한 조건을 달아 석방토록 하는 방안이다. 그간 기업들은 검찰로부터 본사 등이 대대적으로 압수수색을 당했을 때나 총수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됐을 경우 경영 활동에 큰 지장을 받아왔다. 위기를 돌파할 법적 구제 수단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는데 두 제도가 도입되면 압수수색과 총수 구속의 변수에 미리 대비할 수 있고, 최소한의 경영 활동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조 후보자는 기술탈취 사건에 대해 "첨단기술은 국가의 산업경쟁력 및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사항으로 엄정한 대응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처벌 강화뿐만 아니라 유출행위를 필벌할 수 있는 적발 강화의 필요성도 매우 크다"라며 이와 관련해 법관의 전문성 강화 등 입법정책적 고려도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중소기업들이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공동소송 제도에 대해선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필요한 영역에 적절히 규정하는 방안은 지속해서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과거 기업 재판들에서 내놓은 견해들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을 받고 소신껏 답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2019년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 3마리를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반대의견을 낸 데 대해 "법리적으로 말을 사용한 이익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뇌물수수가 아닌 제3자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돼야 함을 지적한 것"이라며 "법리 및 형법의 체계에 기초한 온당하고 상식에 부합하는 해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07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건을 심리한 후 허태학, 박노빈 전 에버랜드 사장에게 각각 1심보다 무거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데 대해선 "전환사채 저가 발행이라는 편법적 수단을 이용한 부도덕한 증여행위에 대해 경고를 내린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책임에 상응하는 적정한 형을 정하고자 많이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으로, 해당 형이 부당하게 가볍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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