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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나네" 가스 누출 40분간 모르쇠…'펑' 한순간에 지옥 된 주택가[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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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머니투데이

/사진=MBC 뉴스 방송화면


"펑!"

29년 전인 1994년 12월 7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지하 도시가스 공급기지에서 가스 배관이 폭발한 것이다. 평화롭던 주택가는 한순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이 사고로 12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재민 600여명이 발생했다.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인재(人災)였다. 점검 작업 중 약 40분간 가스가 누출됐는데도 가스공사 측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40분간 가스 누출 알면서도 '무대응'

사고는 예견된 것이었다. 당시 한국가스기술공업과 서울도시가스 직원들은 서울 마포구 아현동 도시가스 공급기지 저장소에서 중간밸브를 잠그지 않은 상태로 점검 작업에 나섰다.

가스가 누출되면서 중앙 통제소의 경보장치가 울리기 시작했다. 오후 2시쯤 작업을 시작한 지 약 10분 만이었다. 하지만 중앙통제소 측은 하루 3000번 이상 울리는 경보음에 익숙한 탓인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작업을 이어가던 현장 기술자들도 가스가 새어 나오는 사실을 알아챘다. 행인들도 심한 가스 냄새를 맡고 이상하다는 걸 감지했다. 하지만 이미 가스는 대량으로 유출된 상태였고, 결국 오후 2시 50분쯤 '쾅'하는 굉음과 함께 불기둥이 치솟았다.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폭발 이후 약 30분이 지나서야 사고 지점에 가스 공급이 차단됐다. 그동안 가스는 계속 누출됐고,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며 주변을 집어삼켰다. 불은 현장 주변을 2시간 동안 태웠다.

소방 당국은 다급히 화재 진압에 나섰지만, 새어 나온 가스를 따라 번진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마포도서관에서 마포 경찰서까지의 도로는 소방차와 구급차로 꽉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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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채널 'mozi_mbc'




'안전불감증'으로 빚어진 사고…한순간에 타버린 주택들

사고 현장 맞은편에 있는 건물 하층부 유리창은 폭음과 진동으로 모두 파손돼 지나가던 보행자를 덮쳤다. 버스와 승용차 유리창도 깨졌다. 불이 꺼진 뒤에도 주택가에서는 유독성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사고 현장은 메케한 냄새와 연기로 뒤덮였다. 일대 가스와 전기는 모두 끊겨 수십만 가구가 불편을 겪어야 했다.

목격자들은 "사고 직전까지 현장 근처에서 가스 센서 소리와 함께 심한 냄새가 났다"고 진술했다. 당초 주민들은 대형 가스저장탱크를 주택가 지하에 매설한 것을 우려해 이를 안전 지역에 설치해달라고 관할구청과 서울시에 여러 차례 진정서를 냈지만 묵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는 상당했다. 12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다쳤다. 이재민 600여명은 추운 날씨에 보금자리를 잃고 거리에 나앉았다. 사고 현장이 주택가였기 때문에 피해는 더 컸다.

50채가 넘는 주택과 건물이 불타거나 무너져내리고, 차량 30여대가 불에 타는 등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주민 5000여명은 긴급 대피했다.

가스 폭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정이 나왔다. 사고 발생 지점이 모두 타버려 조사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기통 주변 모닥불 불씨에 점화됐다거나 전동모터의 불꽃 때문에 폭발했다는 등 다양한 추측이 있었다.

사고 발생 지점은 현재 애오개역 4번 출구 인근이다. 사건 이후 이뤄진 재개발과 도로명 주소 개편 등으로 현장 주소는 사라졌다. 한동안 공터였던 이곳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이 사고를 계기로 지하 매설물에 대한 전산화가 요구되는 등 가스안전관리 체계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가스 누출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가스공사 관계자 등 3명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 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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