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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올해의 여성' 이다연 "지구가 건강해야 K팝 오래 즐길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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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기후행동가…기후행동 공동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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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다연 캠페이너. (사진 =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2023.12.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덕질이 세상을 바꾼다. 어쩌면 진부해진 이 말을 K팝 기후행동 공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은 낡지 않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K팝 산업의 복잡성을 흡수하고, 기후 행동 담론을 껴안으면서, K팝 아티스트와 지구에 대한 사랑을 왜곡하지 않고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BBC 방송 '올해의 여성 100인'에 이다연(21)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가 선정된 사례는 그 증거다.

이 캠페이너는 K팝 기후활동가들과 K팝 팬덤이 가진 고유의 상상력과 재치 그리고 연대로 세상을 얼마나 창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대형 K팝 기획사들이 ESG 보고서를 발행하고, 'RE100'(재생에너지 사용)를 달성하는 등 선진적 행동을 하는 이유가 온전히 케이팝포플래닛 때문만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지만, 이들 행동력의 자장이 어느 정도 미친 건 사실이다.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이 캠페이너는 "'올해의 여성 100인'은 모든 케이팝 팬들 그리고 케이팝 액티비즘이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래의 K팝 아티스트가 가진 매력과 역동성을 갖고 있었다. 현재 일본 도쿄에 있는 대학 국제사회학부에서 영어와 일본어를 공부 중인 이 캠페이너는 서울을 오가며 다양한 포럼과 세미나 등에 참여하고 있다. 다음은 이 캠페이너와 나눈 일문일답.

-BBC '올해의 여성 100인'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요?

"너무 깜짝 놀랐어요. 예상을 전혀 못했거든요. 당연히 제 개인 성과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케이팝포플래닛엔 저 포함해서 여덟 명의 활동가분들이 계신 데다, 많은 분들이 힘을 합쳐서 캠페인을 기획하고 다 같이 활동하거든요. 그래서 그간 성과를 이뤄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케이팝포플래닛 활동이 인정을 받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기뻤어요. 전 세계 케이팝 팬분들이 동참해 주시고 같이 응원해 주셔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거니까 케이팝 팬분들 그리고 케이팝 팬들의 액티비즘이 100인에 선정된 게 아닌가 합니다."

-케이팝 분들도 대단하지만, 캠페이너님들이 잘하셨으니까 가능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캠페이너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있나요?

"저희 주요 활동이 케이팝 팬들의 의견들을 모아서 어떤 캠페인을 하면 좋을지 기획하고 실행하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케이팝 팬들이랑 소통을 많이 하는 게 제 역할이거든요. 캠페인 활동 자체에 전념하고 있죠."

-캠페이너가 되기 위한 조건이 있나요?

"일단 무조건 '케이팝 찐팬'이어야 해요. 그리고 기후 행동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야 하죠. 아무래도 다국적 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분을 찾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K팝 팬이자 기후 활동가인 누룰 사리파(24) 씨를 만나면서 케이팝포플래닛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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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다연 캠페이너. (사진 =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2023.12.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가 처음 기후 행동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던 게 고등학생 때였어요. 신문 기사를 읽고 '기후위기가 심각하구나'를 느꼈죠. 미래 세대를 살아갈 젊은이로서 그리고 지구에 사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청소년 기후 행동'이라는 환경단체를 알게 돼 가입했어요. 그 단체 온라인 게시판에 '케이팝 팬들이 기후 행동을 할 수 있다면 어떤 걸 할 수 있을 것 같냐'라는 글이 올라왔고, 케이팝 팬으로서 그 글을 차마 지나칠 수가 없어서 제가 나름 생각하는 내용을 댓글로 달았죠. 그 글을 보신 분이 누룰 캠페이너와 저를 연결시켜 주셨어요. 누룰 캠페이너는 인도네시아에서 기후 활동을 하면서 전 세계 케이팝 팬들과 기후 행동을 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케이팝이 한국에서 시작된 거다 보니까 한국 캠페이너랑 같이 하려고 찾고 있었나봐요. '기후 행동'이랑 '케이팝'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빨리 친해지고 케이팝포플래닛을 같이 구상하고 시작했죠."

-케이팝이 왜 이렇게 좋아요?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쭉 좋아했어요. TV 음악방송이 많잖아요. 그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빠졌어요. 너무 예쁘고 잘생긴 아이돌들이 중독성 있는 노래를 부르고, 칼군무도 멋있게 하잖아요. 그런 게 좋았어요. 소위 '덕질'은 중학교 때부터 했고요."

-첫 덕질은 어떤 팀이었나요.

"비스트(현 하이라이트)요. 최애 멤버는 양요섭 씨였어요."

-그때는 '케이팝으로 사회를 변화시켜보겠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으셨어요?

"그때는 전혀 없었어요."

-근데 지금은 '덕질이 세상을 바꾼다'는 걸 증명하는 대표적인 K팝 팬이 됐습니다.

"그런데 케이팝포플래닛 이전부터 케이팝 팬들은 이미 행동을 하고 있었어요. 숲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한다든가 야생동물을 입양한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굉장히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었고요. 저는 사실 그런 팬들의 목소리를 모은 것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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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다연 캠페이너. (사진 =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2023.12.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케이팝 팬들이 왜 사회적인 문제와 전 지구적인 이슈에 대해 발 빠르게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우선 케이팝 팬들은 필수적으로 다들 소셜 미디어를 열심히 사용해요. 그렇다 보니 이슈들을 빨리 접하고 민감하게 즉각적으로 반응하죠. 무엇보다 케이팝 팬들은 다른 사람의 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공감해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 같이 뭉치는 특성이 있어요. 여러 팬덤들과 계속 교류하면서 힘을 합치는 성향이 있거든요."

-케이팝포플래닛의 활동에 대해 대형 K팝 기획사나 음원 플랫폼에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음반을 줄이는 것이 골자인)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라는 캠페인을 하고 나서 엔터사들이 기후 대응에 동참을 하는 모습을 보고 '그래도 바뀌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온라인 청원을 하거나 국회에서 포럼을 열고 저희 의견을 전달했을 때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거든요. 저희가 꿀벌 탈을 쓰고 직접 액션을 취한 뒤 반응이 오기 시작했죠. 탈 속에 있는 이들이 제 친구들인데요. 학교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같이 노래 틀어 놓고 춤췄거든요. 친구들에게 그걸 해달라고 했어요."

-누룰 씨는 블랙핑크가 '제26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 홍보대사로 나서는 걸 보고 케이팝포플래닛을 본격적으로 구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 블랙핑크가 관련 활동으로 대영제국훈장(MBE)을 받은 걸 지켜보면서 감회가 남달랐을 거 같아요.

"팀원들끼리 관련 소식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해서 더 많은 팬분들에게 알리자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관련 내용을 콘텐츠로 만들어서 공유하기도 했고요. 블랙핑크뿐 아니라 많은 K팝 아티스트들이 직접 나서서 환경 문제,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리가 많아졌거든요. 방탄소년단(BTS)도 UN 연설을 했고, 제가 좋아하는 에스파도 UN에서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죠. 아티스트들의 발언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게 또 팬들이잖아요. 그런 아티스트의 활동을 지켜 보면서 팬들은 '기후 행동'을 할 원동력을 받죠."

-그럼에도 활동에 어려움도 있을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큰 기업이나 정부를 타깃으로 삼을 수밖에 없잖아요. 너무 큰 벽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요. K팝 아티스트를 내세워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을 하는 대기업도 있고요. 해당 기업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캠페인을 주력하고 있는데 그 기업에서 연락을 줘서 만나기도 했어요. 케이팝 팬들 목소리의 영향력이 큰 만큼 검토 중이라고 말씀을 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초동(발매 첫 주 판매량)이 중요해지는 등 플라스틱 앨범이 많이 소비될 수밖에 없는 케이팝의 산업적인 환경도 짚어야 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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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다연 캠페이너. (사진 =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2023.12.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저희도 캠페인을 구상하면서 케이팝 산업의 시스템 자체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에요. 앨범 판매량으로 아이돌들의 성적을 매기고 줄세우기를 하고 있죠. 그런데 너무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던 시스템이라 '그린 앨범 옵션'과 같은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 다음 단계를 차례로 밟아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그런데 전 세계 산업계가 모두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는데, 한국의 엔터 산업계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케이팝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향유하는 문화가 된 만큼 앞으로 더 탄소 배출이 늘어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관련 행동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K팝 아이돌들을 앰버서더로 선정하는 것도 기후 환경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와요.

"K팝 아티스트의 팬들을 '미래의 고객'로 타깃을 하는 거죠. 근데 그 럭셔리 브랜드들이 미래 세대들이 살아갈 미래 환경에 대해서는 정작 신경을 쓰지 않더라고요. '패스트 패션'은 산업과 관련 비난을 많이 받아왔는데 명품 산업은 팬시한 이미지가 있어서 비난의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럭셔리 브랜드에게도 그린 워싱을 멈추고 자세한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어요."

-평소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부도 정말 많이 할 거 같습니다.

"지식을 넓히기 위해 전 세계 컴패이너들이 줌으로 다 같이 매일 만나서 뉴스 정보를 교환해요. 다 같이 스터디를 하는 거죠."

-행동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나 가치관은 뭔가요?

"케이팝포플래닛이 다른 환경단체와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케이팝팬스럽다는 거예요. 소위 말하는 'MZ세대'스럽고 재치 있게 행동을 하는 거죠. 그래서 활동을 기획할 때나 콘텐츠를 발행할 때 다른 케이팝 팬들이 봐도 재미가 있을지, 쉽게 받아 들여질 수 있을지, 흥미를 가질 만한 내용인지를 먼저 생각해요. 저도 케이팝 팬이고 청년층으로서 흥미 있는 콘텐츠가 좋거든요."

-점차 활동 폭이 넓어질 거 같아요.

"내년엔 지속 가능한 콘서트 캠페인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YG엔터테인먼트가 블랙핑크 콘서트에서 탄소 배출량을 측정했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콘서트를 할 수 있을까' 한 단계 더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죠. 케이팝 산업을 바꾸는 게 중요한 이유가 지구 환경이 건강해야 오래 케이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에요. 기후 위기가 닥쳐오고 당장 생존 문제가 중요한데, 케이팝이 영원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이렇게 좋은 케이팝을 우리만 즐길 수 없다. 다음 세대에게도 물려주자'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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