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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감은 압박붕대, 그래도 소년은 웃었다… 우크라 울린 기적의 춤

조선일보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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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공습에 몸 절반 화상, 어머니 잃어
대수술 30차례 이겨내고 학교 복귀
로만이 춤 경연 대회에서 파트너와 무대를 펼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로만이 춤 경연 대회에서 파트너와 무대를 펼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소년의 얼굴은 파란색 압박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다. 살짝 오려낸 구멍 사이로 드러난 퉁퉁 부은 눈과 삐뚤어진 코. 그래도 소년은 행복한 미소를 입술에 가득 머금고 있었다. 러시아군 공습으로 온몸 절반에 화상을 입고 생사를 넘나들다 학교로 돌아온 8살 로만 올렉시우의 이야기다.

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로만은 전날 우크라이나 중부 르비우에 있는 한 초등학교로 약 1년 반 만에 등교했다. 로만은 지난해 7월 어머니와 함께 병원 진료를 기다리다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팔이 부러지고 머리에 파편이 박혔다. 몸 절반가량에 화상을 입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그럼에도 1년간 30회 이상의 대수술을 잘 이겨내 기적처럼 돌아왔다.

학교로 돌아온 로만이 수업시간에 손을 들어 발표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학교로 돌아온 로만이 수업시간에 손을 들어 발표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로만은 어머니를 잃었고 몸에 난 상처도 아직 다 아물지 못했다. 모발이식과 귀 교정 등 어려운 치료가 많이 남았다. 하지만 로만은 집으로 돌아온 뒤 아버지의 사랑과 보살핌 아래 천천히 일상에 적응하고 있다. 사고 후 첫 등교를 하던 날엔 머리, 얼굴, 손을 파란색 압박붕대로 두른 뒤 친구들을 만났다. 어색할 법도 했지만 로만은 수업 시간에 손을 들어 발표하고 또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러시아 공습에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온 8살 소년 로만. /로이터 뉴스1

러시아 공습에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온 8살 소년 로만. /로이터 뉴스1


학교 근처 대강당에서 열린 춤 경연 대회에서도 로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단정한 흰 셔츠에 나비넥타이를 맨 로만은 듬직한 신사의 모습으로 파트너를 안내했다. 이어 탱고와 사교춤의 일종인 찰스턴을 선보였다. 아주 어릴 적부터 음악과 춤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던 로만은, 그 끼를 숨기지 않고 바얀(건반악기)을 연주하기도 했다. 메달 수여식에서는 그런 로만을 향한 뜨거운 박수가 현장을 가득 채웠다.

로만의 아버지는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며 “로만은 환상적인 소년이다. 문제는 로만이 어떤 일을 겪었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춤과 악기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아들이 지금과 같은 힘을 갖고 계속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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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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