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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탈취 부르는 솜방망이 처벌…하도급법, 이번에는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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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중소기업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대기업 중소기업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2018년 한화의 협력사 에스제이이노테크는 한화를 상대로 기술침해(탈취·유용 등)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화가 태양광 전지 제조공정에 필요한 ‘스크린프린터’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넘겨받아 자체 제품을 개발했다는 이유에서다. 에스제이이노테크는 소송 제기 3년 만인 2021년 12월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해당 판결은 기술유용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적용된 첫 사례로 주목 받았지만 정작 에스제이이노테크가 인정받은 손해배상액은 10억원에 불과했다. 당초 에스제이이노테크가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100억원이었다. 법원은 한화의 기술탈취를 인정하면서도 에스제이이노테크가 입은 손해액은 5억원, 배상액은 손해액의 2배까지만 인정했다. 다만 한화 측은 형사소송은 무혐의를 받았고 민사는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유출 피해 중소기업 50% “입증여력 없어 사후조치 포기”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중소기업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등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피해규모는 지난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5200억원에 달한다. 2011년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3배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됐지만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기술탈취 피해 기업은 손해배상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한다. 먼저 피해 기업이 입은 손해를 직접 산정해야하는데 현행법 상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기준이 없다보니 유·무형의 기술, 노하우 등의 침해 등에 대한 손해 산정을 하기 어렵다. 실제로 중기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술유출 피해를 입은 뒤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는 중소기업은 42.9%에 달한다. 사후조치를 포기한 기업 대부분은 입증여력 부족(50%)을 이유로 꼽았다.

중소기업이 손해를 입증하더라도 정당한 손해배상을 받기는 쉽지 않다. 현행 하도급법은 기술탈취에 대한 손해배상을 3배 이내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간 법원은 1.5배에서 최대 2배 손해배상만 인정하는 ‘과소배상’ 경향을 보여왔다. 지난 2020년 법원은 현대중공업의 하도급 갑질(부당대금결정)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면서 배상액을 피해액(3억500만원)의 1.64배인 5억원으로 결정했다. 당초 삼영기계가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피해액의 3배인 9억1500만원이었다.

징벌적손해배상 강화·손해액 산정 담은 ‘하도급법 개정안’ 국회 계류


관련 업계는 기술탈취를 막고, 피해기업이 정당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배수 상향과 손해액 산정 기준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미 국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 대표 발의한 하도급법 개정안에는 기술유용에 대해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책임을 부과하고, 손해액 산정 기준을 마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의원입법이지만 국정과제로서 정부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법안이다. 공정위는 민생 법안인 만큼 신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술탈취는 중소기업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기술탈취 근절과 실효성 있는 피해 구제를 위해 하도급법 개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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