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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증상 꾸민 병역 브로커 ‘병역의 신’, 실형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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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씨가 운영하던 군 행정사무소 블로그.

구씨가 운영하던 군 행정사무소 블로그.


허위 뇌전증 진단을 받게 해 병역 면탈을 도운 브로커 구모씨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재판장 김윤희)는 6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구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13억7987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면탈을 위해 상당한 기간을 두고 치밀하게 준비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병무청 소속 공무원 등을 속였을 뿐 아니라 전문의를 섭외한 것처럼 거짓말하고, 유명 연예인의 사례로 허풍을 떨어 거래를 유도했다”고 했다. 이어 “성실하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청년들이 깊은 상실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뇌전증 증상을 허위로 꾸며내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구씨가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구씨가 면탈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점, 행동과 상담 내용을 상세히 코치한 점, 보호자를 자처하며 동행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구씨가 나플라(본명·최석배)와 공모해 우울증이 악화한 것처럼 속여 사회복무요원 조기 소집 해제를 꾀한 혐의도 인정했다. 구씨가 나플라에게 “옷을 허접하게 입고 세수하지 말고, 컨셉 잡고 가서 부적합 신청하고 와”라고 문자를 보내는 등 모든 과정을 상의했다는 것이다.

앞서 검찰은 군행정사 신분으로 2019년부터 네이버 지식인 등을 이용해 병역 면탈을 도운 혐의로 구씨를 기소했다. 구씨는 특히 뇌전증의 특징을 병역 면탈에 악용했다. 뇌전증 환자의 30~40%는 뇌파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다. 증상이 없는 탓에 환자의 진술만으로도 뇌전증 진단을 받을 수 있다. 구씨는 이를 이용해 면탈자에게 “뇌파 검사 중 허벅지를 꼬집어 뇌파를 튀게 하라”고 했다.


구씨의 컨설팅을 통해 뇌전증 진단을 받은 면탈자들은 이를 병무청에 제출해 신체등급을 낮췄다. 현행법에 따르면 1년 이상 항경련 치료를 받으면 병역신체검사에서 4급, 2년 이상 치료를 받으면 5급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뇌전증 관련 신체등급 판정 규정이 강화돼 2심제 대상 질환으로 추가됐다.

이날 옥색 수의를 입고 재판장에 들어선 구씨는 선고 내내 고개를 떨구고 중간중간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였다. 구씨는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재판에서는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구씨를 통해 병역을 면탈한 박모씨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구씨 아래서 병역 면탈 사업을 벌인 다른 행정사 김모씨는 지난달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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