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부장관 내정자 |
박상우 국토교통부 내정자가 잇따라 추가 규제완화를 시사하고 있다. 박 내정자는 집값이 하락하던 이명박 정부 시절 각종 부동산 부양책을 총괄했다. 코로나19 전후 폭등했던 집값이 최근 하향조정될 기미가 보이면서 그때처럼 박 내정자가 적극적인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내정자는 6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다운턴 기간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겨울옷을 빨리 꺼내 입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규제완화 입장을 갖고 (부동산 정책을)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말한전날 발언을 재차 확인한 발언으로 보인다.
MB정부 취임 직후 부동산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거래가 끊겼다. 2008년 각종 감세 조치와 더불어 투기지역(강남 제외) 해제 조치가 이뤄졌다. 이 시기 박 내정자는 국토부의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주택토지실장(2010~2013)을 맡았다. 그의 총괄 아래, 2011년 취득세 감면, 2012년 강남3구 투기지역해제 등 완화 조치가 순차적으로 추가됐다.
2023년 부동산 시장은 MB때와 거의 흡사하다. 올해 윤 정부는 전방위적 규제완화를 담은 1.3대책을 발표하고 보유세 감세를 했지만 시장은 경색 상태다.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1월(1412건) 이후 9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올 상반기 가파르게 올랐던 강남구에서도 최근 두달사이 2억~5억원 하락한 아파트 거래가 나왔다.
인터뷰서 “물가 수준과 유사한 집값 상승이 적당”하다고 밝혀
전문가들 “소득 비교할 때 집값 거품 커”
전문가들 “소득 비교할 때 집값 거품 커”
박 내정자는 2012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집값은) 물가 상승률이나 GDP 상승률만큼 오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박 내정자는 2023년 집값이 3~4% 오르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물가=적정 집값’은 현 시점에선 통용되지 않는 공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중 통화량(M2)이 MB정부 말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나 화폐 가치는 떨어지고 자산 가격은 폭등한 상황에서 고금리까지 겹쳐있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는 “벌어들인 소득으로 원리금을 지불하며 일상적 삶을 살 수 있느냐가 현 시점에서 집값 적정 수준을 따질 때 유효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2분기 기준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전기대비 2021년 0.5%, 2022년 -0.9%, 2023년 -0.7%이다. 반면 집값은 2021년 전년대비 14.1%로 급등한 뒤 2022년 -7.56%로 하락했고, 올 연말 0.5% 상승이 예상된다. 아직은 인위적으로 집값 하락세를 저지하기 보다, 충분히 거품을 뺄시기라는 의미다.
박 내정자는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거론했지만 정부가 내놓을만한 카드는 마땅하지 않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결국 남아있는 건 양도세인데, MB때도 양도세 폐지가 시장의 대세 하락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MB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2013년 말까지 시장 침체는 계속됐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금리 인하 기대심리가 시장에 있는 데다, 올해 연간 성장률이 1.4%로 바닥을 찍고 내년 소폭 상승하면 그에 연동된 주택가격 상승분이 발생할 것”이라며 “추가적 규제 완화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내정자 논문서 “임대주택 전세가 안정 효과 확인”
MB정부가 추진한 공공주택 확충 정책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명박 정부는 2012년까지 총 32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보금자리주택’을 추진했다. 정 교수는 “지금은 무역적자, 고금리, 고물가, 실질 소득 감소까지 더해져 규제 완화를 한대도 민간이 공급에 나설 수가 없다”며 “시장을 좌우할 수 있게끔 공공부분의 선제적 공급책이 나와야한다”고 말했다.
박 내정자는 정부 주도 주거복지 정책에 대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사장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를 이끌기도 했고 관련 연구도 진행했다. 2014년 국토연구 논문에서는 임대주택 공급이 주변지역 전세가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2015년 공저자로 나선 책에서는 시장 변화에 따른 정부의 인위적 개입을 지양해야 한다면서 “주거급여, 장기 공공임대아파트 공급과 같은 주거복지 시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내정자에 대한 기대는 높은 편이다. 문정부 주택정책 자문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포항 지진 당시 이재민에게 LH임대주택 지원을 신속하게 처리해 실무에 강하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LH 실무자는 “한국의 주택공급과 도시 건설 능력이 매우 뛰어난데, 그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일을 많이 늘린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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