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아시아경제 언론사 이미지

[기자수첩]23분만에 통과된 채무자보호법, 부작용 검토는 했나

아시아경제 권현지
원문보기
“새 법이 시행되면 금융사들은 연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안 해줄 텐데, 그러면 돈 빌릴 데 없는 서민들만 더 힘들어지는 꼴이죠.”

오는 8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예상되는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개인채무자보호법)’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채무자 보호’라는 이름표를 달았지만, 오히려 돈을 빌리려는 서민을 어려운 처지로 내몰 수 있는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의 핵심은 개인 채무자에게 채무조정·추심중지 요청 권한을 주고 금융사가 연체 가산이자를 부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바꿔 말해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더라도 금융사는 추심·연체 이자를 부과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수익성을 추구하는 금융사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연체 가능성이 높은 서민들에게는 대출 문턱을 더 올리려 할 것이다. 대출 영업 자체를 중단하는 곳도 생겨날 수 있다. 1, 2금융권이나 대부업에서 밀려난 취약차주들은 불법사금융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번번이 파행하던 거대 양당은 간만에 ‘일심동체’가 됐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는 지난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단 23분 만에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업계 혼란, 취약계층 피해가 예상된다는 업계·학계의 지적이 무색하게 논의 과정엔 어떤 반론도 제기되지 않았다. 제정법 추진 시 요구되는 공청회도 여야 합의에 따라 생략됐다. 여야 이견이 없는 만큼 이후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도 확실시된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민 표를 의식한 것 아니겠냐”는 비판도 들린다.

고금리·경기둔화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연체 채무자를 과도한 추심·연체 부담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안은 필요하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검토 없이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이후 막대한 입법비용 청구서를 받아보게 될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그때 가서 개정하면 된다”는 한 국회의원의 말은 무책임하게 들린다. 입법 취지에 역행하는 결과를 맞기 전, 법 조항에 대한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럼 서기장 연임
    럼 서기장 연임
  2. 2대통령 정책
    대통령 정책
  3. 3명의도용 안심차단 서비스
    명의도용 안심차단 서비스
  4. 4정성호 쿠팡 투자사 주장
    정성호 쿠팡 투자사 주장
  5. 5이재명 울산 전통시장
    이재명 울산 전통시장

아시아경제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