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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 많던 순이는 어디로 갔을까

이데일리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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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 헤리티지
박진서|232쪽|한겨레출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구로공단은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우리나라 산업화의 상징 공간이자, 노동과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이었다. 어린 공원(工員)들이 상경하면서 공단 주변은 속칭 ‘벌집’이라 불리는 단칸방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굴뚝으로 상징되던 구로공단은 90년대 이후 2차 산업의 퇴보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점차 재래식 공장 대신 최신 빌딩이 즐비한 디지털 단지(G밸리)로 변모했다. 공단 쇠퇴 후 공장 노동자들이 떠난 쪽방은 이제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단한 몸을 누이는 장소가 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서울 구로동은 많은 소설과 시, 영화 속 단골 소재였다. 소설가 신경숙의 ‘외딴방’(1994), 공지영의 ‘동트는 새벽’(1988)을 비롯해 박종원 감독의 ‘구로아리랑’(1989),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1999), 고(故) 김선민 감독의 ‘가리베가스’(2005) 등이 그것이다.

책은 구로 토박이인 저자가 구로동 구석구석을 탐방하면서 쓴 견문록이다. 저자는 구로동에 대한 외지 사람들의 인식이 세대별로 다르다는 데 주목하고, 구로동의 역사와 현재를 보여준다.

24년을 구로동에서 산 그는 구로라는 렌즈를 통해 한국 사회의 인권·노동·주거·환경 등의 문제를 살핀다. 구디(구로디지털단지)와 가디(가산디지털단지)에 밀집한 정형외과를 바라보며 IT(정보통신기술) 노동자와 청년 세대의 ‘웃픈’ 현실을 곱씹는가 하면, 구로 콜센터발(發)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를 통해 건강권을 고민하고, 마라탕을 먹으면서 이주민과의 행복한 연대를 꿈꾼다.

저자는 묻는다. 저임금 노동으로 지친 몸을 벌집에 잠시 누이던 공장 노동자의 처지로부터, 저 화려한 유리 성채의 디지털단지 속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얼마나 달라졌느냐고 말이다. 구로동은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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