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 및 야권 인사들에 대한 재판 지연 문제 등을 집중 거론하며 정치 공세를 주고받았다. 2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는 사법부 수장 공백 상황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공감대 속 정면충돌을 자제하면서도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與 “재판지연, 정치편향인가”
여당은 문재인정부 당시 임명됐던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기소된 야권 인사들의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與 “재판지연, 정치편향인가”
여당은 문재인정부 당시 임명됐던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기소된 야권 인사들의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민주당 황운하 의원과 최강욱 전 의원,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 및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재판지연을 거론하며 “(법원이) 정치성향에 따라 판단하는 기관인가”라고 추궁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도 김 전 대법원장 시절 장기미제 사건이 9배 급증한 반면 판사들의 업무는 줄어든 점을 지적했다. 같은 당 전주혜 의원은 “지연된 재판의 수혜는 문재인정부 관계자들, 아니면 민주당 인사들만 누리고 있다”고 했다. 전 의원은 총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조 전 장관이 3년여 만에 1심 선고를 받은 점을 지적하며 “법원이 출마에 레드카펫을 깔아줬단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울산 하명수사’ 사건과 관련해선 “표 도둑(질)을 한 것”이라며 “가해자(송철호 전 울산시장)는 4년 임기를 무사히 마쳤다. 거기 관여해 1심에서 실형 선고된 모 민주당 의원(황운하)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거라 확신한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구체적 사건에 대해 답하기 어렵다”면서도 “사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5일 국회에서 대법원장(조희대)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野 “檢, 난리굿하며 압수수색 남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전날 검찰의 14번째 경기도청 압수수색을 거론하면서다.
서영교 의원은 “대법원이 규칙을 만들어 압수수색 영장이 남발되는 것을 제지해야 한다”며 “영장이 남발돼 한번 (압수수색이) 들어오면 정치인은 그다음에 정치생명이 끝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냥 압수수색을 들어오는 게 아니라 언론에 터뜨리고 홍보하고 난리굿을 하고 들어온다”고 했다. 진성준 의원도 “전임 도지사 수사를 위한 압수수색이라 하는데, 도청 입장에선 14번째”라며 “동일한 사건을 놓고 압수수색을 반복적으로 진행한 것인데 적절한 것인가”라고 했다.
조 후보자는 “원론적으로는 가능하면 수사가 단기간에 일회적으로 끝나는 게 원칙이겠지만 구체적으로 영장 발부 내용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사건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오기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노동관계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의 필요성에 공감하는지를 조 후보자한테 답하라고 요구했다. 조 후보자는 “재판에 관계된 것을 미리 말하기는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이정문 의원은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은 뒤 사면·복권을 받아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의 유세 발언을 도마에 올렸다. 이 의원은 김 전 구청장이 ‘이번 선거는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적 판결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주장한 점에 대한 견해를 조 후보자에게 물었다. 조 후보자는 “확정판결을 부정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건전한 비평은 얼마든지 받아들이겠지만, 판결 자체에 대한 도를 넘는 비난은 삼갔으면 하고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당시 조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재직했던 만큼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면서 “사과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조 후보자는 “그런 사태가 생겨서 국민들께 걱정을 끼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해당 사건 재판이 진행 중임을 감안해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曺 취임 땐 임기 중 대법관 9명 교체… 大法 이념 중도·보수 색채 짙어질 듯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될 경우 대법원 이념 지형은 중도·보수 쪽으로 무게중심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조 후보자는 대법원 구성이 보수화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다양한 가치관이나 철학을 가진 대법관을 임명제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취임할 경우 임기 중 9명의 대법관이 교체된다. 대법원장 임기는 6년이지만 조 후보자는 3년 6개월 뒤인 2027년 6월 정년(70세)이 도래한다. 그 사이 안철상·민유숙·김선수·노정희·이동원·김상환·노태악·이흥구·천대엽 대법관이 퇴임하는데 이 중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대법관은 과반인 5명(민유숙·김선수·노정희·김상환·이흥구)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속속 중도·보수 성향 법관으로 교체되고 있다. 올해 7월 퇴임한 박정화·조재연 대법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됐는데 이들 자리에는 중도 성향의 서경환·권영준 대법관이 임명됐다. 이로 인해 ‘진보 7 대 중도·보수 6’(법원행정처장 제외)이던 ‘진보 과반’의 대법원은 ‘중도·보수 7 대 진보 6’으로 역전됐다.
여기에 김명수 전 대법원장(9월 퇴임) 후임으로 보수 성향의 조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대법원의 보수 색채는 좀더 강화할 전망이다. 대법원장이 차기 대법관을 제청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을 맡는 점, 일선 판사의 임명권을 갖는다는 점에서도 이런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김 전 대법원장 재임 6년 기간 대법원은 진보와 보수 성향 대법관들간 의견 차이가 더 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기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가운데 대법관 전원일치 판결 비율은 전임 이용훈 사법부나 양승태 사법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 후보자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후보자는 향후 보수 성향의 법관이나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법관을 중심으로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국회 서면 질의에서 “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가치 기준을 정립하고, 다양한 계층의 갈등을 조정해야 하며,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면서 “대법관 구성에 있어서 다양성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론 성별이나 출신 지역, 학교 또는 직역 등을 고려해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기준을 절대적인 것으로 삼기보다는 사회나 개별 사건을 바라보는 각자의 가치관이나 철학이 보다 강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후보자는 지난 9일에도 대법원의 보수화 우려에 대해 “한평생 법관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항상 중도의 길을 걷고자 노력했다”고 일축한 바 있다.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권한이 있지만,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과 이를 조율하는 것은 또 다른 변수다.
배민영·이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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