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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기업·창작자 옥죄는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서울경제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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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창작자 시장 보호위해 발의됐지만
공정거래법과 중복·부처 갈등 유발
'문화상품' 규율대상도 구분 안해
사업자·플랫폼에 과한 부담 불가피


21대 국회에 제출된 의원입법 발의 건수는 10월 말 기준 역대 최다인 총 2만 2637건이다. 이는 20대 국회 대비 1043건이 많은 수치로 ‘입법 과잉의 시대’라 할 수 있다. 과잉의 본질은 많은 발의 건수가 아니라 입법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부적합한 법률안의 남발이다. 공권력 행사의 근거가 되는 법률은 실체적 내용에서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춰야 하지만 많은 법률안이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은 전문성과 규제 강도 측면에서 과잉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법안은 한 창작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창작자 시장의 보호와 진흥을 목적으로 발의됐다. 그러나 법률안의 내용은 문화 산업 전반의 거래 질서를 과도하고 광범위하게 규율하는 체계로 구성돼 있어 입법 목적과 채택된 수단 사이의 불일치와 부조화가 심각하다. 특히 제3장 ‘문화상품 공급계약 및 금지행위’는 예술인권리보장법과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하는 내용과 상당 부분 중복된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업자를 규제하는 것과 달리 이 법률안은 모든 문화 상품 사업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문제는 ‘법률의 체계정합성’과 충돌한다. 체계정합성은 입법 시 기존 법체계나 규제체계와 일치시키거나 상호관계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정위가 이미 모든 산업 영역에서 사업자 간의 거래 질서를 수평적으로 규율하는 권한을 가진 상황에서 이 법률안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기통신사업법·방송법 등을 포함한 미디어·문화 산업 전반을 규율하는 체계로 구성돼 있다. 특히 부가통신사업자 영역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규제관할권과 충돌할 우려가 크다. 이는 중복 규제와 부처 간의 관할권 갈등을 유발하며 규제 수범자인 기업에 큰 규제 비용을 안길 수 있다.

법적 개념의 명확성 문제도 심각하다. 이 법률안의 주요 개념은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서 유래했다. 진흥법은 법적 정의나 규율 대상을 명확히 정의하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규제법은 개념 정의의 명확성과 규제 대상의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 이 법률안에서 다루는 ‘문화 산업’과 ‘문화 상품’의 개념은 개인 창작물부터 플랫폼상의 동영상·웹툰·소설·게임물 등 모든 미디어 산업을 포괄적으로 정의하면서 규율 대상의 영향력과 법적 지위 등을 구분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법률이나 규제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으로 제한돼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에서 현저히 벗어나 있다.

현재 문화 산업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웹툰 작가, 메타버스상의 디자이너 등 디지털 플랫폼과 연결된 창작자 시장이 주도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전통적인 문화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 표현과 상업적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은 글로벌 플랫폼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반면 국내 중소 문화 상품 사업자와 국내 플랫폼에는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창작자 시장의 보호가 목적이라면 관련 법률 강화가 더 타당하다. 과도한 규제는 창의성과 혁신을 저해하며 결과적으로 창작자 시장을 비롯한 문화 산업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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