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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자금 3억' vs '무일푼'…"결혼이 새로운 출발이라는 말은 옛말"

뉴스1 원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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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갖지 말라지만…결혼 앞두고 불안감에 파혼 선택도

하위 소득 20%' 30대 남성 미혼율 77.2%…상위 20%에선 정반대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양가 부모님이 전세 자금 3억원을 보태준대."(서울 압구정 거주 김모씨(33))

"부럽다. 우리는 무일푼인데."(경기 오산 거주 최모씨(33))

연말 결혼을 앞둔 고등학교 동창 8명이 참여한 온라인 대화방에서 오간 대화다. 이번 달 1주일 간격으로 결혼하는 두 친구가 처한 현실이 대비됐다.

김씨는 부모님이 현직 초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한다. 안정적인 직장에 공관에 살면서 부동산 투자로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아파트도 갖고 있다. 예비 처가도 공기업 임원을 지낸 아버지 덕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반면 최씨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예비 처가도 결혼 비용을 지원해 줄 처지는 못 된다. 부부는 스스로의 힘으로 시작해야 한다.

시작부터 다르다. 집안 환경이 다르다는 사실은 이미 과거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체감한 적은 없었다. 그저 친구였다. 하지만 최씨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친한 친구에게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그렇다고 최씨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무를 생각은 없다. 다만 함께 대화방에 있는 6명의 친구는 달랐다.

당장 결혼을 앞두고 있지는 않지만 두 친구의 상황을 보고 느끼는 감정과 미래 설계는 개인의 소득수준에 따라 뚜렷이 달라졌다.

특히 소득 수준이 낮거나 가족의 경제 수준이 높지 않을수록 결혼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거나 회의적이었다.


같은 대화방에 있던 이모씨(33)는 "결혼은 행복해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시작부터가 다른데 평생 비교하면서 살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부족하지 않은 경제 환경이 뒷받침되는 친구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 News1 DB

ⓒ News1 DB


◇"엄마 500만원·오빠 200만원이 전부"…결혼 포기 이유도 결국 '돈'

이모씨(29·여)에게 지난달은 혹독했다. 내년 1월 6년 만난 남자 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파혼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상대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직장을 갖고 부족함을 불평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나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박탈감은 현실로 다가왔다.

없는 살림에 어머니는 결혼 비용에 보태라며 500만원을 지원해 줬다. 2살 터울 오빠는 200만원을 더 보탰다. 딸이자 여동생이 결혼한다고 선뜻 돈을 내준 것에 고마움 느껴야 했지만 김씨는 그렇지 못해 괴로워했다.

예비 시댁이 부유한 가정도 아니고 부담을 갖지 말라고 하는데도 김씨 마음은 불편했다.

결국 예비 남편이었던 사람과 합의 끝에 파혼을 선택했다.

그는 "누군가는 집 한 채를 받고 하다못해 전세자금이라도 받는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며 "결혼이 새로운 출발이라는 말은 옛말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한은 제공

한은 제공

◇'하위 소득 20%' 30대 남성 5명 중 1명만 결혼…"하고 싶어도 못해"

경제 상황이 안 좋을수록 미혼 비율이 올라간다는 사실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2020년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남성의 소득(세후 총 연간 근로소득)이 낮을수록 미혼율이 뚜렷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30대 남성의 소득이 상위 20%에 들면 미혼자는 5명 중 1명꼴(21.5%)이었으나, 소득 계층이 내려갈수록 미혼율은 꾸준히 높아져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30대 남성은 미혼율이 77.2%로 4~5명 중 1명만이 가정을 꾸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 상위 20% 남성은 5명 중 4명꼴로 결혼을 했다.

앞으로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청년들은 대다수가 한국사회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전국 20~39세 청년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에서 응답자의 87.4%가 향후 10년간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기업 직장인 5년 차 유모씨(31)는 "결혼을 위한 내 집 마련도 어려운 상황에서 전망조차 밝지 않은데 무엇을 위해 결혼을 하느냐"며 "가족의 지원이 없다면 함께 벌어서도 감당하기 힘든 것들이 결혼 후에 너무나도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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