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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럽 '반이민' 극우 열풍 심상치 않다

머니투데이 정혜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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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로이터=뉴스1


20년 전 오스트리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 첫 극우 국가가 됐을 때 다른 국가들은 분노했다. 외교관들은 오스트리아 정부 인사들을 피했고, 시위대는 정치인들을 괴롭혔다. 한 벨기에 대표는 당시 오스트리아 국방부 장관과의 점심을 "나는 파시스트와 밥을 먹지 않겠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3년 현재 유럽의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해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 극우 정당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100년 만에 극우 총리가 탄생했고, 나치즘 역사로 극우가 금기시됐던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의 지지율이 9월 여론조사 기준 2위까지 올랐다. 13년간 좌파 정권이 집권한 네덜란드에서도 지난달 총선에서 극우 성향 자유당이 제1당에 등극했다.

유럽 극우 정당 약진의 주요 배경은 반(反)이민 정서 심화에 있다. 유럽의 반이민 정서는 시리아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오던 지난 2015년부터 확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나타난 급격한 물가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전쟁 등으로 이민자 수용 반대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면서 유럽 우파 정당의 영향력도 커졌다.

지난 2018년에도 유럽의 우파 흐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존재했었지만, 현재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현재의 우파 흐름이 내년 6월 유럽의회 선거에도 영향을 미쳐 유럽연합(EU)의 정치적 균형이 깨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럽 주요 극우·포퓰리즘 정당이 참여하는 유럽의회 내 교섭단체 '정체성과 민주주의'(ID)에 소속된 12개국 정당 대표는 지난 3일 이탈리아 피렌체에 모여 EU의 관료주의, 이민자 정책 등을 앞세워 EU 지도부에 날을 세우며 내년 선거에서의 선전을 다짐하는 등 유럽의 극우 열풍을 재확인했다.

EU는 세계 최대 단일시장으로 정치, 경제 등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이미 영국이 이탈한 EU가 추가로 분열되면 기후변화, 미중 패권경쟁, 전쟁 등의 국제현안 해결에도 차질이 생긴다. 이미 유럽에 퍼진 우파 흐름을 강제로 막기는 어렵다. EU 형성의 기초가 된 '상생방정식'을 다시 세워야 할 때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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