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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맛과 섬] [167] 고흥 김국

조선일보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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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재배한 배추를 천일염에 절이고, 무를 썰고 있었다. 김장 준비를 하느라 미처 점심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김국을 들고 손님이 찾아왔다. 고흥에서 김 양식을 하는 지인이다. 따뜻한 김국 한 그릇은 얼어 있는 몸을 녹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전에 완도와 신안에서 김국을 먹어 본 적이 있지만, 첫 수확한 거라 맛이 각별했다. 특히 입맛 까다롭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아내가 아주 만족했다. 김장을 마칠 때까지 사흘간 고흥 김국이 밥상을 지켰다. 며칠 후 직접 고흥군 도화면 구암마을에서 물김을 가져다 김국을 끓였다. 생김을 여러 번 세척하고 물을 꼭 짠 후에 된장으로 밑간을 한 김을 넣고 붉은색이 날 때까지 끓인 후 굴과 마늘을 넣고 다시 검은색으로 바뀔 때까지 끓이면 된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전국 김 양식 면적은 6만3000여 ha(헥타르)이다. 그중 전남은 5만8000여 ha로 90% 이상이다. 이 중 고흥 지역의 김 양식 면적은 약 1만ha에 이른다. 고흥 김 양식은 10월 초에 시작해 12월 초부터 채취한다. 날씨와 수온에 따라 변화가 있지만 대체로 4월까지 이어진다. 고흥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물김을 생산하는 지역이며, 우리나라 김밥용 김의 8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2015년에 수산물 지리적 표시로 등록된 고흥김은 다른 지역보다 채취 시기가 빨라 12월에는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또 최근에 김을 비롯한 해조류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열대우림보다 높은 것으로 연구되기도 했다.

최근 김 수출이 활발해지면서 김 양식은 고흥뿐만 아니라 서해와 남해 어촌에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러한 김 양식이 지속되려면 무엇보다 인력 수급이 중요하다. 김 양식 규모가 커지면서 양식 어가마다 네댓 명의 이주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고흥 지역은 면 소재지에도 이들 이주 노동자를 위한 식자재 마트가 자리를 잡았다. 또 다른 변수는 기후 위기다. 김 양식은 수온에 민감하다. 서남 해역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양식지도 점점 북상하고 있다. 여기에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김 수출로 모처럼 찾아온 호기를 위협하는 요인을 최소화하는 것이 어떤 어촌 활성화 정책보다 시급하다.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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