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성공유치 시민 응원전에서 부산의 2030엑스포 유치가 무산되자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정부와 재계, 지방자치단체가 총출동한 ‘코리아 원팀’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에 총력전을 기울였으나 우리보다 1년 앞서 유치전에 뛰어들어 ‘오일머니’ 자본력을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서지 못했다. 예상을 깬 큰 표 차이의 패배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최대한 몸을 낮춰 사과를 했다.
특히, 박형준 부산시장은 2030세계박람회 유치 실패에 대해 시민에게 송구하다고 사과를 하면서도 2035년 엑스포 도전은 합리적 검토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저의 부족” 사과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이 직접 쓴 2600자 분량의 대국민 담화에는 “제 부족”이란 표현이 3차례 담겼다.
윤 대통령은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달라”면서 “부산시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 여러분께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모든 것은 제 부족함”이라고 말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1차 투표에 참여한 총 165개국 중 3분의 2인 110표를 넘긴 119개국 표를 얻어 엑스포 유치에 성공했다. 한국 부산과 이탈리아 로마는 각각 29표, 17표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1차에서 사우디가 3분의 2 이상 표를 얻지 못하도록 저지하면서 이탈리아를 누른 뒤에 결선 투표에서 사우디에 역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이날 투표 직전까지 우리 측에서는 “혼돈 판세로 결선에 가면 승산이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지만, 실제 투표는 사우디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사우디는 엑스포 유치를 위해 ‘변화의 시대’란 슬로건을 걸고 78억 달러(약 10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5명을 모두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용산 2기’ 출범이 예상보다 앞당겨진 배경을 놓고 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충격을 서둘러 수습하고, 내년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 인적 쇄신에 속도를 붙이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박형준 부산시장 “엑스포 재도전, 시민에 뜻 묻겠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1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30세계박람회 유치도시 선정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2년여간 최선을 다했지만, 유치도시 시장으로서 낭보를 못 전해드린 데 대해 책임과 부덕을 통감한다”며 “시민 뜻을 묻고 정부와 논의해 2035년 세계박람회 유치 도전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사진출처 = 연합뉴스] |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1일 부산시청에서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도시 선정 결과와 관련한 브리핑을 통해 “먼저 아쉬운 결말을 드리게 돼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지난 2년여 간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낭보를 못 전해드린데 대해 책임과 부덕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특히, 박 시장은 향후 2035년 엑스포 유치 도전에 대해 합리적 검토와 시민들의 뜻을 묻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연구원을 비롯해 관련 기관에서 이에 대한(2035년 엑스포 유치) 연구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또, 이번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나타났던 여러 가지 문제를 리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본격적으로 연구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민 총의를 모은 다음에 입장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여당 역시 부산에서 추진되고 있는 3대 국정과제인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북항 재개발, 산업은행 본점 이전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며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부산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지난달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부산의 엑스포 재유치 여부와 관련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2035년 엑스포에 재도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부산 시민, 우리 국민의 꿈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부산시가 결정을 하겠지만, 지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여야,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놓고 공방
박진 외교부 장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정치권에선 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에 대해 ‘프레젠테이션(PT) 등 주요한 판단을 비전문가들이 한 점’ ‘사우디의 금권 투표’ 등의 평가가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엑스포‘ 유치 실패를 겨냥해 “결과적으로 국민을 속이고 우롱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아쉬운 결과가 나온 것 자체야 누가 뭐라 하겠나”라면서도 “막판 대역전극을 운운하며 국민의 기대를 부풀렸는데, 이게 무슨 축구 경기도 아니고 기분 좋자고 하는 게임도 아니지 않느냐. 국가 주요 정책을 두고, 부산의 미래를 두고 하는 일에 이렇게 진정성 없이 장난하듯 접근해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PT 같은 것도 맡기지만 그 결정적 판단들을 비전문가들이 앉아서 한다. 기본적으로는 이 프로젝트의 최고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장(성민 미래전략) 기획관 같은 경우가 대표적 경우”라며 “광고를 전문가에게 맡기고 그 광고의 내용에 대한 판단을 비전문가들이 앉아서 한다. 결국은 그 전문성은 사라지고 비전문가들의 취향만 남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자문을 맡은 김이태 부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교수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부산엑스포 개최 실패가 결정된 직후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우디가 ’금권 투표‘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우디는 오일 머니 물량 공세를 통해 2030년까지 4300조원 투자를 통해 리야드를 건설하고자 했다”며 “그런 가운데 엑스포 개최를 위해 10조원 이상 투자를 저개발 국가에다 천문학적 개발 차관과 원조 기금 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금전적인 투표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지역 민심 달래기에 적극 나섰다. △가덕도 신공항 북항 재개발 △산업은행 이전 등 부산 발전을 위한 현안을 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치 지원을 위해 아프리카 등 개도국을 다녀온 기업 관계자들이 ‘미래 먹거리를 봤다’고 하더라”며 “한국이 선진국 위주 수출 전략에서 개도국으로 시장을 전환할 가능성을 모색했다는 것은 큰 희망”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홍준표 대구시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엑스포 유치 실패와 관련해 판세를 잘못 읽은 대통령실 참모들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엑스포 발표 이틀 전 유력 일간지 헤드 타이틀로 ’49 대 51 막판 역전 노린다‘라고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 정보를 보도하게 하고, 미국에서 돌아온 대통령에게 박빙이라고 거짓 보고하고 하루 만에 또 파리로 출장 가게 한 참모들이 누군지 밝혀내 징치(懲治)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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