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황의조(31, 노리치 시티)에게 악재가 겹친다. 불법 촬영 혐의가 도마 위에 올라 국가대표까지 '잠정 퇴출' 됐는데, 폼을 올리며 골을 넣던 소속팀도 못 뛰게 됐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
노리치 시티 데이비드 바그너 감독은 2일(한국시간) "황의조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정밀 진단을 통해 부상 부위를 확인할 예정이다. 황의조가 올해 안에 복귀하길 희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의조는 2019년 프랑스 보르도에 입단해 유럽 무대를 누볐다. 보르도 입단 초반엔 윙어에서 뛰었지만 곧 9번 스트라이커 자리에 돌아와 득점력을 보였다. 유럽에서 주목받는 준척급 선수로 발돋움한 이후 프리미어리그 도전을 위해 노팅엄 포레스트에 입단했다.
2022-23시즌을 앞두고 입단했지만, 노팅엄 포레스트 합류와 동시에 올림피아코스(그리스) 임대를 떠나는 조건이었다. 보르도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기에 한 단계 낮은 그리스 무대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잡을 거로 보였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떨어진 폼은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이어졌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선발로 뛰었지만 이후엔 벤치에서 교체로 조커 역할을 했다. 월드컵이 끝나고 돌아와 새 팀을 물색했지만 올림피아코스 임대로 한 시즌에 3팀을 옮긴 탓에 유럽 내 이적은 어려웠다.
올해 겨울 FC서울 임대로 K리그에 돌아와 경기력 회복을 조준했다. 꾸준히 출전 기회를 받은 황의조는 6개월 단기 임대 이후 노팅엄 포레스트로 돌아갔고,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노리치 시티에 입단해 부활을 노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눈엔 들어 국가대표팀엔 꾸준히 들어왔다. 11월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스쿼드에 들어 그라운드를 누볐는데, 중국전 도중 불미스런 일이 집중 조명됐다.
이야기는 6월로 돌아간다. 지난 6월 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황의조를 향한 폭로 영상이 게재됐다. 황의조와 연인으로 만났다고 주장한 A씨가 SNS상에서 "황의조가 다수의 여성과 관계를 맺었다. 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가스라이팅을 했다"라며 황의조 관련 영상과 사진을 인터넷상에 공유했다.
황의조의 은밀한 사생활이 축구 팬을 넘어 전 국민에게 공유됐다. 황의조는 이후 그리스에 있던 시절 휴대전화를 도난 당했고, 한 협박범에게 휴대전화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알렸다.
유포자를 꼭 물색해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런데 최근 유포 피해자 신분에서 불법 영상 촬영 피의자로 전환됐다. 경찰이 관련 영상과 유포자를 수사, 추적하는 과정에서 황의조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성폭력처벌법상 불법 촬영 혐의로 소환해 황의조를 조사한 것이다.
황의조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대환은 "2022년 11월 그리스에서 분실된 황의조 개인 휴대전화에 담겼던 영상이다. 분명한 건 연인 사이에 합의된 영상이다. 황의조는 현재 영상을 소지하지도, 유출한 사실도 없다. 영상을 포함해 지인들과 나눴던 사적 대화까지 유출됐다. 이를 통해 황의조를 협박하고 있다. 애초에 이번 사건은 영상 유출 피해자로 시작된 일이다. 황의조는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과거 연인에 대해서 깊은 유감과 책임을 느끼고 있다. 향후 수사기관의 수사에 성실히 협조할 것을 다짐한다"라고 알렸다.
황의조 입장에 피해자 측이 나섰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영상 촬영에 동의한 적이 없었다. 싫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촬영 직후 삭제를 요구했다. 피해자의 거부 의사와 삭제 요구가 있었지만 황의조가 이를 무시했다. 불법 촬영이 반복됐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촬영 자체를 몰랐던 케이스도 있었다. 황의조는 6월 말 피해자에게 연락을 했고, 유포자를 빨리 잡으려면 '유포자를 고소해달라'고 알렸다. 피해자는 당혹스러웠지만 유포자를 잡지 못한다면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깊은 고심 끝에 경찰에 유포자의 불법 유포, 황의조 불법 촬영을 정식으로 고소했다"고 답했다.
황의조 측과 피해자 측 법정, 진실 공방이 이어졌다. 황의조 측이 "상대는 방송 활동을 하는 공인이고, 결혼까지 한 신분이다. 최대한 여성의 신원이 노출되는 걸 막기 위해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로 진실을 밝히려 했다"라고 알리면서 피해자 일부 신상을 노출한 2차 가해가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축구 팬들은 불미스런 일을 일으킨 황의조를 국가대표팀에서 빼야 한다고 말했다.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제6조(성실의무 및 품위유지)에도 '국가를 대표하는 신분으로서 스스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삼가며, 사회적 책임감과 도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된 만큼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었다.
11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끝내고 돌아온 클린스만 감독에게 질문이 이어졌다. 불법 촬영 혐의를 받고 있는 황의조를 국가대표팀에 뽑아도 되냐는 의견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돕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도 40년 동안 축구를 하면서 추측이 많았던 상황을 마주한 적이 있다. 정확한 사실이 나오지 전까지, 확실한 모든 게 밝혀지기 전까지, 황의조가 운동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골을 넣길 바란다"라며 무죄 추정 원칙을 말했다.
황의조는 대표팀 일정이 끝나고 영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워낙 큰 사안이라 영국에도 소식이 퍼졌다.
당시 노리치 시티는 영국 노리치 캐로 로드에서 퀸즈파크 레인저스(QPR)와 '2023-24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 17라운드' 홈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는데, 와그너 감독에게 황의조를 묻자 "한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난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벤 네퍼 단장, 황의조, 황의조 대리인이 이번 사안에 대응할 것이다. 내가 알고 볼 수 있는 건, 피치 위에서 뛰고 있는 황의조의 모습 뿐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와그너 감독은 황의조에게 선발 기회를 줬다. 황의조는 팀 승리를 위해 뛰었고, 전반 21분 가브리엘 사라의 패스를 받은 뒤 골망을 뒤흔들었다. 노리치 시티 결승골이자 팀에 귀중한 승점 3점을 안긴 골이었다. 황의조는 시즌 두 번째 득점을 넣은 이후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쉿' 세리머니를 했다.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윤리위원회, 공정위원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위원장단을 비롯한 협회 주요 임원을 필두로 논의를 시작했다. 한 시간 반이 넘는 긴 논의 끝에 잠정적인 국가대표 퇴출을 결정했다.
회의를 주재한 이윤남 윤리위원장은 "아직 범죄 사실 여부에 대한 다툼이 지속 되고 있고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협회가 예단하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라면서도 "국가대표는 큰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자기관리를 해야 하며, 국가대표팀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위치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황의조가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 이로 인해 정상적인 국가대표팀 활동이 어렵다는 점, 국가대표팀을 바라보는 축구 팬 기대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황의조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덧붙였다.
협회는 클린스만 감독에게 잠정적인 대표팀 퇴출 결정을 전달했으며, 클린스만 감독은 "현재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며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의조는 논란 속에서도 두 경기 연속 득점을 했다. 이어진 영국 왓포드 비커리지 로드 열린 왓포드와 2023-24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 18라운드에서 전반 12분 골망을 뒤흔들었다. 팀은 2-3으로 졌지만 두 경기 연속 골맛을 보며 '축구 선수'로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영국 내에서도 황의조를 보는 시선은 그리 달갑지 않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황의조가 불법 촬영 혐의를 받았다.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국 대표팀에서 뛰지 못한다. 노리치 시티도 황의조 상황을 알고 있고,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겠단 입장이다. 이에 관한 언급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데일리 메일'도 "황의조가 상대방 동의없이 영상을 촬영해 논란을 빚고 있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명단에 포함될 예정이었지만, 대한축구협회가 잠정적인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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