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선진국들, 개도국 환경 복구 지원 물꼬…COP28,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 출범

경향신문
원문보기
지원 체계 논의, 30년 만에 결실
각국 ‘선의’ 기댄 모금 구조 한계
UAE·독일 1억달러, 영국 5000만달러…총 4억2000만달러 확보
개도국·시민사회 일제히 “환영”…미국 등 ‘역사적 책임’ 부인은 여전

COP28 의장국인 UAE의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의장.

COP28 의장국인 UAE의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의장.


선진국들의 무분별한 개발과 화석연료 사용 등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개발도상국들이 금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개도국들이 기후변화 피해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자금 조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오랜 요청이 약 30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큰 성과로 꼽힌다. 다만 현재로서는 기금 규모가 크게 부족하고 의무가 아닌 각 국가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모금 구조 등은 한계로 지적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개막한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이 공식 출범했다. 1995년 시작된 COP는 지금까지 선진국들이 일으킨 기후위기의 악영향을 주로 개발도상국들이 받고 있다는 문제의식 속에 기금 마련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27차례 총회를 거치는 동안 기금은 누가 관리할 것인지, 분담금은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기금 수혜국 선정 기준은 어떻게 만들 것인지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특히 기후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일부 선진국의 반대로 답보 상태를 거듭해왔다.

국제사회는 지난해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COP27에서 처음 큰 틀의 합의를 이뤄냈다. 애초 COP28에서도 총회가 끝나는 오는 12일까지 격론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개막일에 깜짝 합의 발표가 나왔다.

COP28 의장국인 UAE의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의장은 “우리는 오늘 역사를 만들었다”며 “이는 전 세계 노력에 긍정적인 추진력을 불어넣는 신호”라고 자평했다. 알자베르 의장은 UAE가 기금에 1억달러(약 1307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독일도 1억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이외에 영국은 5000만달러, 미국 1750만달러, 일본 1000만달러를 내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또한 독일 기부금에 더해 1억4500만달러를 추가로 기부하겠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금까지 4억2000만달러 이상을 확보하면서 조기에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하며 이번 총회에서 개별 국가의 추가 기부 약속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개발도상국들과 시민사회는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긴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아비나시 페르다사우드 기후특사는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은 이미 전 세계 인구 절반이 직면한 현실”이라며 “기후위기로 수십년간 이뤄놓은 발전을 후퇴시키지 않으려면 재건과 재활에 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BBC는 “가난한 국가들이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완전한 제도 정착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선진국이 기금에 참여할 의무가 없고 규모에 대한 목표도 명확하지 않다”며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개발도상국이 기후위기와 관련해 부담하는 피해 비용보다 기금이 훨씬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WP는 환경단체들의 연구 자료를 인용해 2030년까지 개발도상국들이 보게 될 피해 규모를 최소 2900억달러(약 378조6240억원)에서 최대 5800억달러(약 757조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기금을 모을 주머니만 마련됐을 뿐 구체적인 자금 운용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날 발표된 합의 내용엔 해당 기금을 세계은행(WB)에 4년간 보관할 예정이라는 것 정도만 담겼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자원연구소의 프리티 반다리 수석고문은 UAE 등이 약속한 기부금에 대해 “선진국들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선의의 자금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들이 기금과 관련해 ‘협력’일 뿐 ‘보상’은 아니라며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여전히 부인하는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이번 총회에선 2015년 프랑스에서 열린 COP21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에 대한 각국의 이행 여부를 처음 점검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파리협정은 기존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최소 2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 독립언론 경향신문을 응원하신다면 KHANUP!
▶ 나만의 뉴스레터 만들어 보고 싶다면 지금이 기회!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신은경 이진호 체납
    신은경 이진호 체납
  2. 2대통령 통일교 겨냥
    대통령 통일교 겨냥
  3. 3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4. 4문상민 은애하는 도적님아
    문상민 은애하는 도적님아
  5. 5강훈식 K방산 4대 강국
    강훈식 K방산 4대 강국

경향신문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