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감축법 영향 크고 ESG로 우호적 환경 형성
“장기적으로 배터리 금속에 대한 전망은 굉장히 밝다고 볼 수 있다. 성장 단계를 거치고 있는 초기 배터리 금속 시장에서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이 올바른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 헤닉 CME 그룹 상무이사 겸 글로벌 금속 상품 부문 헤드(상무 이사)는 배터리 금속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배터리 금속은 최근 가격 둔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공급과잉에 따른 단기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미국 인플레 감축법(IRA),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중요성 확대 등 대내외적으로 배터리 금속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헤닉 헤드는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배터리 금속에 대해 미국에서도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인플레 감축법 영향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국가”라며 “이번에 방문하게 된 계기도 한국이 미국과 파트너십을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시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진 헤닉 헤드는 한국 배터리 금속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배터리 제조업체와의 파트너십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헤닉 헤드는 “배터리 금속은 CME 상품설계에 기초자산이 되고 있기 때문에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며 “업계 자체의 생산요소(Input)를 기반으로 상품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제조 업체들이 은행이나 딜러·브로커(OTC) 채널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고객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도 “배터리 제조 업체가 CME그룹의 직간접적인 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특히 CME 그룹 내 글로벌 금속 상품 부문 헤드를 맡고 있는 진 헤닉 헤드가 배터리 금속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에 기인한다. 그는 첫 직장을 금속 산업과 관련된 일로 시작했다.
진 헤닉 헤드는 CME 그룹에 합류하기 전 2006년 데이비드 조셉 컴퍼니에서 철 합금 부문 트레이더로 근무하는 등 2011년까지 국제 트레이딩 사업 확장에 주력했다.
미국 칼라마주 대학에서 경제 및 금융 학사 학위를 마친 진 헤닉 헤드는 시카고대학교 부스 경영대학원에서 경제 및 금융 분야 국제 MBA를 취득했고, 독일 출장 중 CME 그룹과 연을 맺게 된다.
헤닉 헤드는 “첫 직장에서 금속산업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해당 분야에 발을 딛게 됐다”며 “금속의 물류 과정과 공급 단계를 이해하는 것이 현재 CME에서 금속 관련 금융서비스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1년 CME 그룹에 입사한 이후 금속 상품 부문을 책임지는 역할과 함께 다양성 및 포용성(D&I)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회사의 D&I 전략 추진도 담당하고 있다.
진 헤닉 헤드가 몸담고 있는 CME 그룹은 미국 선물거래 96% 이상이 거래되는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로 명성이 높다. 회사 규모만큼 농산물, 통화, 에너지, 금리, 금속, 주식 지수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금융상품이 거래되고 있으며, 자회사로 미국 4대 주요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시카고상업거래소(CME), 뉴욕상업거래소(NYMEX), 뉴욕상품거래소(COMEX)를 두고 있다.
최근 CME 그룹은 국내 증권사들과의 협업을 추진하는 등 본격적으로 한국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파생상품시장에서 다소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한국시장에 CME 그룹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한국이 최근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진 헤닉 헤드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CME 그룹에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라며 “지난 5년 사이 일부 국가들을 많이 추월했고, 굉장히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파생상품은 인지도가 낮을 수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능동적인 투자결정을 위해 파생상품 자체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CME는 해외상품을 취급하는 국내 증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금융교육과 같은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CME는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헤닉 헤드는 “투자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마이크로 상품들을 많이 출시하고 있다”며 “규모 자체는 주력 상품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금·은, 백금(플래티넘), 구리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진입장벽이 낮춰지면서 더 많은 시장참가자들의 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와의 협업도 적극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신한투자증권과 ‘CME 해외파생 수수료 및 거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달 1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이벤트를 통해 일반 및 미니 계약당 2.49달러의 수수료 할인 혜택을 적용한다. 마이크로 상품은 계약당 1달러, 마이크로 쿠르드 오일(MCL) 상품은 1.5달러의 혜택을 제공한다.
진 헤닉 헤드는 “CME가 한국의 시장참가자들과 연결되려면 한국 내 파트너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증권사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며 “특히 파생상품에 대한 인지도와 교육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증권사들은 한국시장, 투자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한국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CME 입장에서는 중요한 파트너”라며 “증권사별로 원하는 요구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유연하게 대응하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파트너사와 한국 투자자에 대한 교육 중심의 이벤트를 확대할 예정이고, 대면·비대면을 통한 교육 기회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면서 CME 그룹에 대한 인지도와 활동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 헤닉 헤드는 10대 시절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계 여성이다. 최근 개선되고 있지만 국내 금융권에 여전히 ‘유리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하고, 미국에서도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 등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 진 헤닉 헤드는 아시아계 이주 여성으로서 세계 최대규모 글로벌 파생상품 거래소 임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적극적인 소통의 자세를 꼽았다.
헤닉 헤드는 “16세에 혼자 유학을 가게 됐다. 새로운 문화에 적응해야 하고 부모님 없이 혼자 유학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본인에게 닥친 어려움을 인내하고 극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움과 차별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가 하고 있는 일과 필요한 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만 열심히 하면 주변에서 어련히 알아주겠지 하는 것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본인 스스로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역할로 주변 멘토와 스폰서와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했다.
헤닉 헤드는 “멘토는 커피를 마시면서 개인적인 조언을 듣고,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분야라면 스폰서는 사회적인 환경, 특히 직장 등에서 본인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줄 수 있는 인물”이라며 “스폰서는 찾기 어렵지만 본인이 존경할 만한 인물을 찾아나서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적극적인 소통의 자세를 앞세운 진 헤닉 헤드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에너지 및 환경 시장 자문위원회(EEMAC)의 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2019년 크레인 시카고 비즈니스 40세 이하 혁신가 40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주경제=홍승우 기자 hongscoop@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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