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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야심차다

중앙일보 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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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이루어 보겠다고 마음속에 품고 있는 욕망이나 소망을 ‘야심(野心)’이라고 한다. ‘야심’이 ‘차다’와 함께 쓰일 경우 흔히 아래와 같이 사용된다.

“대하 사극 ‘대명’은 효종이 병자호란의 비극을 딛고 야심차게 북벌을 준비하는 내용을 그렸다.” “1528년 프랑수아 1세는 옛 왕실 거주지를 허물고 확장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지시했다.” “서울시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심야택시’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젊은 시절에 세상의 모든 지식을 한꺼번에 편집해 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지녔었다.”

‘차다’가 ‘감정이나 기운 따위가 가득하게 되다’를 뜻하니 이 ‘야심’과 ‘차다’를 함께 쓰면 ‘야심이 가득하(게 되)다’를 의미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붙여 쓴 ‘야심차게’와 ‘야심찬’은 현행 어법에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야심차다’라는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어법에 맞게 쓰려면 ‘야심 찬’ 또는 ‘야심에 찬’, ‘야심 차게’라고 적어야 한다. 사전에도 ‘야심에 찬 젊은이’라는 용례가 나온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야심이 가득하(게 되)다’를 뜻하는 말이 ‘야심 차다’로 표기되는 현실을. 아무리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뭔가 어색하지 않은가. ‘야심에 찬 젊은이’의 경우에도 ‘야심찬 젊은이’가 더 간결하다. 더구나 문장 속에 쓰인 ‘야심 차게’를 보면 정말 부자연스럽다.

‘야심이 가득하다’를 뜻하는 단어로 ‘야심만만(野心滿滿)하다’가 있다. ‘滿’자가 ‘찰 만’이니 ‘야심만만하다’와 ‘야심 차다’는 결국 동의어다. ‘야심만만하다’는 한 단어인데 ‘야심 차다’는 한 단어가 안 된다는 것도 의아하다.

우리말에는 ‘명사+차다’ 형태의 단어가 꽤 있다. ‘한자어 명사+차다’의 예를 보자. 위엄(威嚴)차다, 의기(義氣)차다, 정(情)차다, 활기(活氣)차다, 희망(希望)차다 등이 있다. ‘순우리말+차다’의 예로는 기운차다, 보람차다, 숨차다, 알차다, 힘차다 등이 있다. 이런 단어들을 봐도 ‘야심차다’는 그냥 한 단어로 인정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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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기자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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