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 득점 4위' 황희찬, 리그 커리어 하이 초임박...홀란드 뛰어넘는 미친 결정력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황희찬의 골 결정력은 '친구' 엘링 홀란드도 뛰어넘는 수준이다.

울버햄튼은 8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톤 빌라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8라운드에서 1-1로 비겼다.

홈팀 울버햄튼은 3-4-3 포메이션을 준비했다. 황희찬, 마테우스 쿠냐, 페드루 네투, 주앙 고메스, 마리오 레미나, 라얀 아이트 누리 넬송 세메두, 토티 고메스, 막시밀리안 킬먼, 크레이그 도슨, 조세 사가 선발로 출장했다.

원정을 나온 빌라는 5-3-2 포메이션을 꾸렸다. 올리 왓킨스와 무사 디아비가 투톱으로 나섰다. 존 맥긴, 더글라스 루이스, 부바카르 카마라가 중원에 배치됐다. 뤼카 디뉴, 파우 토레스, 디에구 카를루스, 에즈리 콘사, 매티 캐시가 수비라인을 형성했다.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골문을 지켰다.

황희찬은 좌측 윙포워드로 선발 출장했지만 쿠냐, 네투와 함께 위치를 가리지 않고 움직였다. 수비할 때는 좌측에만 머물렀지만 공격을 진행할 때는 빈 공간으로 파고 들었다. 최근 네투가 공격을 이끌고, 황희찬이 마무리하는 패턴이 매우 강력한 울버햄튼이기에 황희찬에 대한 수비도 강화됐다.

황희찬은 다소 격해지던 분위기 속의 피해자였다. 전반전 캐시가 아이트 누리를 거칠게 수비하다가 경기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은 후반에도 이어졌다. 후반 2분 황희찬이 루이스와 경합하는 과정에서 팔꿈치로 얼굴을 가격당했다. 황희찬은 곧바로 쓰러졌고,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루이스가 황희찬의 얼굴을 때린 명백한 반칙이었지만 주심은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공이 나간 후에야 울버햄튼 의료진이 투입됐다. 황희찬의 코에서 출혈이 발생했다. 조치를 받고 일어난 황희찬은 주심에게 항의했지만 주심은 오히려 황희찬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황희찬은 억울한 상황을 득점으로 되갚아줬다. 후반 8분 네투를 통해 역습이 시작했다. 네투가 우측에서 과감하게 돌파해 크로스를 연결해줬다. 황희찬은 수비수 2명 사이에서 절묘하게 위치선정을 해낸 뒤 네투의 크로스를 톡 밀어넣는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에 성공했다. 황희찬의 공식전 3경기 연속골이자 리그 5호골이 터졌다.

황희찬의 선제골에도 잠시 울버햄튼은 곧바로 실점을 허용했다. 후반 10분 페널티박스 밖에서 올리 왓킨스가 크로스를 전달했다. 토레스가 몸을 날려 슈팅을 시도했고, 그대로 울버햄튼을 뚫어냈다.

황희찬의 수난은 후반 중반에도 이어졌다. 이번에도 루이스와의 충돌이었다. 황희찬은 루이스와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고, 작은 충돌 후 쓰러졌다. 루이스의 폭력적인 행위에 대해서 VAR 판독이 진행됐지만 경고나 퇴장이 나오진 않았다.

황희찬은 득점 후 확실히 경기력이 좋아지면서 팀의 공격을 잘 이끌었지만 후반 40분 팬들을 철렁하게 했다. 다른 선수와 충돌도 없었는데 또 의료진이 황희찬에게 향했다. 황희찬은 근육 쪽이 불편했는지 곧바로 파비우 실바와 교체됐다. 근육 부상이 잦은 황희찬이기에 또 부상은 아닐지 팬들은 우려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도 마찬가지지만 현재 울버햄튼은 황희찬이 빠지면 득점원이 아예 사라지게 된다. 다행히 황희찬은 직접 일어서서 벤치로 이동했다. 울버햄튼은 황희찬의 득점을 지켜내지는 못했지만 르미나의 퇴장 공백 속에도 빌라의 공세를 잘 막아냈다. 경기 종료 직전 왓킨스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는 운도 따랐던 게 사실이다.

경기 후 황희찬은 동료들과 인사를 나눴고, 팬들에게 인사하는데도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정말로 무서운 상승세다.

축구 통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Understat'이 공개하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황희찬의 기대득점값(Xg)은 1.77골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2골만 넣었어도 황희찬이 잘했던 것이다. 그러나 황희찬은 Xg값보다 3.23골을 더 넣었다.

현재 PL 득점 랭킹 상위권에 머물고 있는 선수 중 황희찬보다 골 결정력이 좋은 선수는 없다. 득점 괴물이자 황희찬의 과거 동료인 홀란드는 아스널전을 치르기 전 기준으로 Xg값보다 득점력이 저조했다.

황희찬 다음으로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의 Xg값은 3.73이었다. 4골만 넣어도 좋은 골 결정력을 보여줬다고 평가받을 수 있지만 손흥민은 무려 6골이다. 대한민국 공격수 2명이 PL에서 엄청난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스코어'는 황희찬에게 평점 7.7점을 매겼다. 양 팀을 통틀어서 최고 평점이었다. 놀랍게도 황희찬은 슈팅을 단 2회밖에 시도하지 않았다. 키패스 1회, 크로스 1회 성공(1회 시도), 그라운드 경합 3회 성공(4회 시도) 등을 기록했다. 통계만 봤을 때는 활약상이 다소 부진해볼 수 있겠지만 황희찬은 효율적인 움직임을 통해서 팀의 승점을 만들어냈다.

축구 통계 매체 'OPTA'는 "황희찬은 PL에서 홈 5경기 연속 공격에 관여한 최초의 선수"라면서 황희찬의 활약을 조명했다.

리그 8경기 만에 5골을 터트린 황희찬은 컵대회에서의 득점까지 더하면 이번 시즌 벌써 6골이다. 벌써 PL 커리어 하이와 동률이다. 부상 등으로 고생하면서 힘들어했던 지난 시즌의 4골 1도움은 이미 넘어섰다. 2021-22시즌에도 황희찬은 5골 1도움으로 공격 포인트 6개로 시즌을 마무리한 바 있다.

아직까지도 시즌은 한참 남았기 때문에 황희찬은 이번 시즌 PL 커리어 하이 기록을 작성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리그에서의 기록까지 확장하면 16골 22도움을 2019-20시즌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기록한 적이 있다. 이때의 기록까지는 어렵겠지만 확실한 건 부상만 없다면 황희찬은 분명히 최고의 시즌 중 하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황희찬은 경기 후 "안타깝게도 홈에서는 이기지 못했다. 후반전에 좋은 찬스가 몇 번 있었지만 둘 다 잘 싸웠다. 승리를 원했지만 얻지 못했다. 이번 경기는 매우 힘들었지만 중요한 승점을 얻었다. 다음 경기만 기대하고 있습니다. A매치 기간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며 경기 소감을 전했다.

황희찬은 자신의 골을 도운 네투부터 챙겼다. 그는 "네투는 정말 대단하다. 우리는 서로를 아주 잘 이해한다. 네투뿐 아니라 쿠냐 같은 모든 팀 선수들과도 그렇다. 우리 팀 분위기는 매우 긍정적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게임을 관리하려고 노력한다. 좋은 방법이다"며 팀 동료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는 이유를 설명했다.

황희찬은 자신의 기록보다는 팀을 우선했다. 그는 "지금 (리그) 5골을 넣었다. 가장 중요한 건 팀이 이기는 것이다. 지난주에 큰 승리를 거두었다. 우리는 배가 더 고프고 더 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매우 잘 해왔다. 계속해서 그렇게 해야 하며 승점을 더 가져와야 한다"며 동료들을 격려하는 성숙한 모습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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