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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단독입찰·평가미흡 사업은 '증액'…R&D 예산 삭감 기준 논란

머니투데이 박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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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과기부, 경쟁률 낮은 사업·성과평가 '미흡''부적절' R&D를 예산삭감 기준으로 밝혔으나 실제 해당 기준 사업은 증액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가 R&D(연구개발) 사업 예산을 33년 만에 처음 삭감(16%)한 가운데 정부가 제시한 일부 예산 삭감 기준이 실제 삭감 대상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단독 입찰 등 '경쟁률 낮은 R&D', '성과 평가가 미흡한 R&D' 사업의 예산을 삭감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론 8개 부처 R&D 예산안에서 이런 사업들의 예산은 오히려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국가 R&D를 수행하는 부처 8곳의 2024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과기부가 '비효율'이라고 지목한 △경쟁률 낮은 R&D(632억원), △성과평가 미흡·부적절 R&D(6052억원) 예산은 오히려 전년보다 6684억원 증액됐다.

앞서 과기부는 내년도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사유에 대해 '비효율' R&D를 조정한 것이라며 삭감 예시 12개 사업 목록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해당 자료는 △뿌려주기식 R&D △경쟁률이 매우 낮은 R&D △유사중복 △보조금 성격형 R&D △성과평가 미흡·부적절 R&D 사업을 비효율 R&D 예산으로 규정하고, 각 사례가 되는 사업들을 열거했다. 과기부는 이들 12개 사업 예산을 2023년 1526억원에서 2024년 254억원으로 80% 넘게 삭감(1272억)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해수부의 '극지유전자원 활용기술 개발사업',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생태계 반응 변화 연구' 등 2개 사업은 특정 연구기관의 단독 입찰 사업으로 경쟁률이 1대 1로 저조해 예산을 48억7700만원에서 4억3500만원, 35억원에서 7억원으로 각각 삭감했다는 것이다.

이들 예산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22~'26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도에 오히려 126억원이 증액된 1653억원이 반영될 예정이었다. 더구나 이들 사업은 2022년 사업효과도 대부분 100%에 육박하는 우수사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비효율에 대한 지적이 없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재정운용계획마저 거스르고 삭감에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과기부가 비효율적이라고 지목한 △경쟁률이 매우 낮은 R&D △성과평가 미흡·부적절 R&D 사업들이 주요 부처 예산안에서는 오히려 증액된 것으로 나타나 이번 R&D 예산 삭감의 명분과 논리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R&D 사업 관련 주요 부처 8곳의 내년 R&D 사업 중 단독 입찰한 63개 사업의 예산은 2023년 2조 3240억원에서 2024년 2조 3872억원으로 632억원 증액됐다. 단독 입찰 사업 63개 중 증액되거나 변동없는 사업은 33개고, 감액된 사업은 30개였다.

특히 산업부 '소재부품기술개발' 내역사업 중 '반도체 ALD 공정용 서셉터 개발', '6G(6세대)용 초고주파 저손실 소재·통신부품 개발'등 과제는 경쟁 없이 민간 기업이 단독 입찰을 따냈는데도 전체 예산은 오히려 2034억원 늘어났다.


또 윤석열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사업은 단독 입찰 여부와 상관없이 예산이 크게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부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료(i-SMR) 기술개발'과 '용윰염원자로(MSR) 원천기술개발' 내역사업 대부분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단독 입찰했는데도 '친원전' 사업이란 이유로 각각 242억원(780%), 22억원(50.4%)씩 증액됐다.

'우주 국제협력 기반조성(과기부)' 사업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해양수산 과학기술 국제협력 고도화 사업(해수부)'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단독 입찰했지만 각각 8억3000만원(94.3%), 6억2000만원(26.3%) 증액됐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2021.10.6/사진=뉴스1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2021.10.6/사진=뉴스1


과기부는 또 국가R&D 중간평가 결과 자체평가 '미흡', 상위평가 '부적절'인 경우 예산을 삭감한다고 밝혔다. 실제 '2023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중간평가 자체평가 지침'에 따르면, 국가R&D 중간평가 결과 자체평가 '미흡' 또는 상위점검 '부적절' 사업은 예산 삭감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국가R&D 중간평가 결과 자체평가 '미흡' 또는 상위점검 '부적절'인 13개 사업의 예산은 2023년 1조7224억원에서 2024년 2조3276억원으로 무려 6052억원(35.1%) 증액됐다.

특히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교육부)'은 △종합적 성과분석 보고서 및 대표성과소개서 미제출 △성과의 핵심성을 판단할 근거 부재 등으로 인해 R&D 중간평가 상위평가에서 '부적절' 결과를 받았음에도 2023년(3540억원) 대비 2024년 예산(1조 2025억원)이 무려 4배 가까이 증액(8485억원)됐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 예산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과기부가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고 R&D 예산을 졸속 삭감한 게 아니냐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

이정문 의원은 "과기부가 제시한 논리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은 이번 R&D 예산 삭감이 얼마나 숙고 없이 졸속으로 진행되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예산심의 과정에서 R&D 예산 원상복구 등 국회 차원의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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