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26일 T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SKT AI 사업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SK텔레콤 |
영어를 하지 못하는 60대 A씨는 SK텔레콤 서비스를 활용해 올해 말부터 '양방향 순차 통역'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해외여행할 때 A씨가 한국어로 호텔·항공사 직원에게 문의하면 SK텔레콤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이를 자동으로 통역해 해당 직원에게 말해주고, 해당 직원이 영어로 답하면 이 또한 통역돼 A씨에게 한국어로 전달된다. AI가 개인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AI 개인비서'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이동통신 1위 업체 SK텔레콤은 서울 중구 T타워 수펙스홀에서 이러한 비전을 담은 '글로벌 AI 컴퍼니' 전략을 26일 발표했다. 2021년 말 취임 후 국내에서 처음 기자간담회를 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해 11월 출시된 챗GPT가 초거대 AI 혁명을 촉발했고, 애플을 제외한 빅테크 대다수가 AI에 뛰어들고 있다"며 "AI 대규모언어모델(LLM)과 관련해 빅3(구글·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아마존, 앤스로픽)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기보다 통신에 특화된 LLM 기반의 AI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빅테크가 LLM과 관련된 서비스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SK텔레콤은 통신사만의 장점을 살린 '통신 특화 AI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뜻이다. 앞서 밝힌 양방향 순차 통역(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 서비스와 함께 △통화 중 약속한 일정을 AI가 자동적으로 캘린더에 등록해주는 기능 △통화 주요 내용을 AI가 요약하는 기능 등이 SK텔레콤 초거대 AI 서비스인 '에이닷'에서 제공된다.
또 스마트폰을 24시간 내내 지근거리에 두고 있는 소비자들 특성을 반영해 AI 수면 관리 서비스를 이달부터 제공한다. 기상하기 제일 좋은 상태인 '램수면' 단계에서 기상 알람을 울려주는 게 대표적이다. 유 대표는 "통신에 특화된 LLM 기반의 AI 서비스를 활용해 궁극적으로 'AI 개인비서' 서비스를 출시하는 게 목표"라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구독하듯이 3년 내에 2~3개 AI 개인비서를 구독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텔레콤이 이처럼 AI 개인비서 서비스에 열중하는 것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서비스에 소홀해 2010년대 이후 정보기술(IT) 산업 생태계가 '텔코'(통신사)에서 '빅테크'(구글·네이버·넷플릭스 등 서비스 기업)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번 챗GPT발 AI 혁명 흐름을 잘 타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다시 IT 산업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SK텔레콤 측 판단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타국 통신사(독일·아랍에미리트·싱가포르) 등과 협력하며 공동 전선을 꾸리고 나섰다.
SK텔레콤은 에이닷 같은 B2C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뒷단의 요소 기술을 개발한 뒤 판매할 예정이다. AI 인프라스트럭처(AI반도체·AI데이터센터·LLM 기술 역량 증진), AIX(AI트랜스포메이션·기존 사업 및 UAM, 동물 특화 진단 등 영역에 AI 접목) 분야가 그것이다. 특히 AI 인프라 중 LLM 기술과 관련해 SK텔레콤은 자사 LLM 모델 이름을 '에이닷엑스(A.X) LLM'으로 정했다.
AI 전략을 펼쳐 SK텔레콤은 매출을 지난해 17조원에서 2028년 25조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AI 사업 매출 비중은 지난해 9%에서 2028년 36%로 무려 4배나 확대된다. 인구 감소와 스마트폰 보급 포화 등으로 유무선 통신 시장 매출액 성장세가 정체될 것으로 보이면서 AI에 온 힘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AI 사업에 대한 투자 비중도 현재보다 3배(33%)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설비투자 3조원, 연구개발 6000억원대 등을 합하면 지난해 SK텔레콤의 투자 비용은 4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이 중 3분의 1을 AI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은 연간 조 단위 투자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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