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미국 ‘언론 제국’ 황제 바뀌는데…트럼프 입꼬리는 왜 올라갈까

댓글0
호주 거주 영국계 미국인
10년간 그룹밖에서 자립시도

2014년 아버지 제국으로 돌아와
‘21세기 폭스’ 공동회장 맡기도

정치성향 공개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트럼프 지지자
AI·가짜뉴스 등 해결과제 산적


매일경제

미디어 재벌 머독과 장남 라클런 [로이터 = 연합뉴스]


‘언론 재벌’로 유명한 루퍼트 머독(92)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하면서 그의 미디어제국을 이끌어나갈 후계자로 지목된 장남 라클런 머독(52)이 주목을 받고 있다. 조만간 회장직을 승계할 라클런이 TV시장 축소로 인한 시청률 하락과 인공지능(AI)이 촉발한 가짜뉴스 등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나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라클런은 오는 11월 부친 머독이 소유했던 폭스코퍼레이션과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의 단독 회장직을 승계할 예정이다. 뉴스코프에는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더타임스, 더선 등이 속해 있다. 머독은 전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오는 11월부터 회장직을 장남에게 물려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본인은 명예회장직을 맡되 경영 일선에서는 완전히 물러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에 단독 회장으로 떠오른 라클런은 머독이 두번째 부인과 사이에서 낳은 3명의 자녀 중 장남이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명문 사립학교 교육을 거쳐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라클런은 호주에 거주하는 영국계 미국인이다. 1994년 미국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라클런은 이후 호주에서 부친의 사업을 돌보는 데 대부분의 커리어를 할애했다. 이후 1999년에는 뉴스코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머독은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라클런을 “열정적이고 원칙 있는 리더”라고 소개했다.

부친이 세운 미디어제국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며 진정한 후계자로 비쳤던 라클란은 2005년 당시 폭스뉴스의 로저 에일스 최고경영자(CEO)와의 갈등으로 돌연 회사를 사임했다. 외부에서 10년간 홀로 활동한 그는 언론사와 광고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회사 일리리아를 차리는 등 본격적인 자립에 나섰다. 라클런은 이 과정에서 아버지 지원 없는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자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라클런은 지난 2014년 다시 회사로 복귀했고 동생 제임스와 ‘21세기 폭스’ 공동 회장을 맡기도 했다. 2019년 폭스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디즈니에 매각한 후엔 폭스 회장 겸 CEO를 맡았다.

라클런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복잡한 관계를 갖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가장 많이 출연했던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는 투표기계 회사가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7억8750만달러(약 1조520억 원)를 지불하기로 결정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투표기계 회사는 폭스뉴스가 대선 관련 부정선거 여론을 퍼뜨리면서 회사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라클런은 폭스뉴스가 항상 가치 있는 사건을 보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측을 옹호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라클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는 아니지만 공화당이 내년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한다면 폭스뉴스도 그를 지원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독 회장직 승계를 앞두고 있는 라클런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내년 미국 대선까지 앞두고 있는 중대한 시기인 만큼 라클런이 자신 앞에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면서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가 직면해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는 시청률 감소와 AI가 촉발한 저작권 문제 등이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의 빠른 성장으로 방송 수요가 감소하면서 TV시장은 시청률 하락 등 전반적인 침체기에 빠져 있다. 앞서 부친 머독은 지난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아래 폭스뉴스 시청률이 계속 하락하자 보수 성향의 뉴스 방송을 줄이고 정치 논평과 24시간 일기예보 채널 등을 신설하는 등 시청률과 수익성 확보를 도모한 바 있다.

AI의 등장이 야기한 무분별한 가짜뉴스와 저작권 문제도 그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언론계는 챗GPT와 같은 AI챗봇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온라인에 게재된 기사를 무분별하게 퍼날라 언론사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우려한다. AI가 온라인 기사를 간편하게 요약해주는 서비스가 늘면서 소비자들이 더 이상 뉴스를 찾지 않아 언론사 광고 수익 역시 줄고 있는 상황이다.

Copyright ⓒ 매일경제.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중앙일보“전쟁보다 中기업이 더 걱정” 중국 내 미국 CEO들의 진짜 고민
  • 서울경제시진핑·푸틴도 다 제치고···타임 '2023 올해의 인물' 선정된 '그녀'의 정체
  • 헤럴드경제유엔 “휴전하라” 헌장 99조 발동..네타냐후 “하마스 지도자 곧 체포”
  • 뉴스1FT "트럼프 당선시 최악 시나리오…중·러 환호와 한·일 핵무장"
  • MBC네타냐후 "하마스 지도자 신와르 집 포위"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