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호주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이젠 다른 일 해야 할 시간”
‘트럼프 지지자’ 장남에 승계…일각선 후계자 경영 능력에 의구심
폭스뉴스 ‘대선 조작 보도’ 손배소 등 궁지 몰린 제국 구할지 주목
미국 폭스뉴스, 호주 스카이뉴스, 영국 더타임스 등 각국에 소유한 언론사를 통해 지난 수십년간 세계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92·사진)이 언론사 경영에서 물러난다. 22세 때 부친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작은 지역 신문사를 물려받은 뒤 70년 만의 일이다.
그의 사임은 폭스뉴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손잡고 ‘대선 조작’ 보도를 내보냈다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린 상황에서 이뤄졌다. 그는 장남 라클런(52)에게 자리를 넘겼으나, 트럼프 지지자로 알려진 라클런이 궁지에 내몰린 아버지의 ‘미디어 제국’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를 두고 의문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21일(현지시간) 머독이 오는 11월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과 폭스 코퍼레이션 회장에서 물러나고, 현재 뉴스코프 공동 회장직을 맡고 있는 라클런이 그 직위를 승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명예회장직을 맡게 될 머독은 “이젠 다른 일을 해야 할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지지자’ 장남에 승계…일각선 후계자 경영 능력에 의구심
폭스뉴스 ‘대선 조작 보도’ 손배소 등 궁지 몰린 제국 구할지 주목
미국 폭스뉴스, 호주 스카이뉴스, 영국 더타임스 등 각국에 소유한 언론사를 통해 지난 수십년간 세계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92·사진)이 언론사 경영에서 물러난다. 22세 때 부친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작은 지역 신문사를 물려받은 뒤 70년 만의 일이다.
그의 사임은 폭스뉴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손잡고 ‘대선 조작’ 보도를 내보냈다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린 상황에서 이뤄졌다. 그는 장남 라클런(52)에게 자리를 넘겼으나, 트럼프 지지자로 알려진 라클런이 궁지에 내몰린 아버지의 ‘미디어 제국’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를 두고 의문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21일(현지시간) 머독이 오는 11월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과 폭스 코퍼레이션 회장에서 물러나고, 현재 뉴스코프 공동 회장직을 맡고 있는 라클런이 그 직위를 승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명예회장직을 맡게 될 머독은 “이젠 다른 일을 해야 할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1931년 호주에서 출생한 머독은 아버지가 남긴 지역 신문사를 물려받은 뒤 몸집을 키워나갔다. 1964년에는 호주 최초의 전국 일간지를 창립했고 1968년에는 영국 언론시장에도 진출했다. 머독은 영국에서 ‘선’ 등 타블로이드지를 인수한 뒤 가십과 연예계 소식을 강화해 매출을 늘렸다.
이어 미국의 타블로이드지 ‘뉴욕 포스트’를 인수했고, 1980년대에는 영화사인 ‘20세기 폭스’까지 인수하며 세계적인 미디어 제국의 수장이 됐다. 현재 머독이 회장으로 있는 뉴스코프는 WSJ를 발행하는 다우존스와 미국의 대형 출판사인 하퍼콜린스, 영국 더타임스, 호주 유로 방송 등을 거느리고 있다.
머독은 소유한 언론사를 통해 호주·영국·미국 등 각국의 정치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1970년대 모국인 호주에서 언론을 동원해 총리를 교체하기도 했고, 영국 정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폭스뉴스를 통해 백악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후계자가 될 라클런은 텍사스주의 한 일간지에서 수습기자로 일한 경력이 있으며, 1994년 호주의 부친 회사에서 3년간 일한 뒤 1999년 뉴스코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에는 동생 제임스와 21세기 폭스의 공동 회장을 맡았으며, 2019년 폭스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디즈니에 매각한 뒤 폭스 회장 겸 CEO를 맡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라클런이 이끌 미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그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 등으로 미디어 산업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자, 트럼프의 극우 지지자들에게 구애하는 전략으로 시청률을 사수하려 한 바 있다. 이는 매체 신뢰를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졌다.
폭스뉴스는 최근 대선 개표기 조작 보도가 허위 사실로 인정되면서 개표기 업체인 도미니언에 7억8500만달러(약 1조500억원)를 배상키로 합의한 바 있다. 재판 과정에서 머독과 폭스뉴스 고위 관계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보도를 내기로 결정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폭스뉴스는 또 다른 개표기 업체로부터도 거액의 소송을 당한 상황이다.
외신들은 머독의 사임이 2024년 미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달아오르고 있는 시기에 이뤄진 것에 주목한다. 가디언은 “(라클런으로의 계승은)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우파 뉴스 네트워크의 미래에 많은 질문을 남기고 있다”고 평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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