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풀려난 미국인 수감자들 |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로 한국 내 은행에 묶여있던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이 4년여만에 동결 해제되기까지는 한국 정부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했다.
달러 경유 없이는 환전이 불가능한 한국의 외환시장 구조상 국내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예치된 이란의 원화 자금을 카타르 상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의 유로화 계좌로 옮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9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는 제재 당사국인 미국과 이란은 물론 이란 자금의 최종 수탁자인 카타르, 그리고 스위스를 비롯한 자금 중개국들과 상당 기간 긴밀하게 협의해야 했다.
한국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면서도 이란과의 외환거래를 피하기 위해 미국과 협의를 거쳐 2010년부터 원화결제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란 중앙은행(CBI)이 한국의 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양국 간 무역대금을 원화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외국 금융기관과 이란 간 금융 거래를 막자 이 돈도 2019년 5월부터 동결됐다.
서방과 이란 간 관계 악화가 한국에도 불똥이 튄 것인데, 이란은 동결 자금이 한국에 묶여있다는 이유만으로 막무가내로 한국에 자금 해제를 요구하며 한-이란 관계까지 흔들었다.
지난 2021년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를 나포했을 때도 이란 측은 나포 이유로 환경오염을 거론했으나 실제는 동결 자금 문제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정부는 한-이란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 등 관련국들과 소통하며 백방으로 뛰었는데 드디어 빛을 본 것이다.
지난달부터 박진 외교부 장관이 미국, 스위스, 카타르, 이란 외교장관과 연쇄적으로 통화를 한 것도 동결자금 문제 관련이었다
특히 각국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저촉될까봐 극도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체 과정에 참여하도록 적극적으로 요청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스위스가 자금중개국으로 참여하도록 요청했다"면서 "이번 자금 이체 과정은 여러 종류의 통화와 유관국, 제재가 얽혀 있어 기술적으로 복잡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오랜 기간 긴밀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 외에 독일과 아일랜드 소재 은행도 중개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또한 중개에 참여한 은행들에 대해 제재를 면제한다고 발표하며 부담을 덜어줬다.
[그래픽]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 이체 과정 |
정부는 동결 자금 문제가 해결의 급물살을 탈 때를 대비해 자금 이전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와 이에 맞는 플랜을 미리 마련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카타르로 넘어간 자금도 인도적 용도에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부는 지난 3월 외교부, 기재부, 코트라(KOTRA), 주이란한국대사관 관계자로 구성된 대표단을 카타르로 파견해 인도적 교역 시스템 운용과 관련해 회의했다.
기재부는 별도로 미국·스위스 재무당국과 긴밀하게 소통해 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문제 해결은 미국, 이란 간 합의와 함께 우리 정부의 적극적 관여, 외교적 소통을 통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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