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 들어 올리는 우상혁 |
(영종도=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트로피 정말 무겁네요. 하하."
한국 최초로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을 차지한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이 금의환향했다.
우상혁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입국장 문이 열리자 머리카락을 짧게 다듬고 왼쪽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흰색 유니폼을 입은 우상혁은 11시간이 넘는 비행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기다리던 취재진과 대한육상연맹 관계자 등 100여명 앞으로 걸어 나오며 환히 웃었다.
연맹 관계자는 우상혁을 박수와 환호로 맞이했고, 육현표 대한육상연맹 회장과 백옥자 부회장은 우상혁을 포옹하며 격려했다.
꽃목걸이를 목에 건 우상혁은 다이아몬드 모양의 트로피를 한 손으로 들어 보였다.
트로피를 들어 보인 우상혁은 "트로피가 생각보다 엄청 무겁다. 7∼8㎏는 되는 것 같다"면서 활짝 웃었다.
우상혁은 지난 17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남자 높이뛰기 경기에서 2m35를 넘어 정상에 올랐다.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은 육상 선수들이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회다.
우상혁은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 진출했고,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한국 최초 다이아몬드 파이널 우승' 우상혁 귀국 |
우상혁은 "다이아몬드리그는 어렸을 때부터 늘 새벽에 유튜브를 보면서 항상 꿈꿔왔던 대회다. '저게 가능할까'라는 상상도 했다"며 "단지 뛰어보고 싶은 대회였고, 우승은 상상도 못 했는데, 어릴 적 꿈을 하나 더 이룬 것 같다"고 감격했다.
자신의 우승을 예상치 못했다는 우상혁은 "단지 우승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좀 더 용기가 생겼고, 당장 눈앞에 닥친 아시안게임에도 기분 좋게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혁은 "1차 때부터 과감하게 들어갔는데 느낌이 좋았고, 3차 때도 뛰자마자 넘게 됐다"며 "(다른 선수들이 실패해) 우승을 확정했고, 아시안게임에서 최고 기록을 도전할 생각으로 김도균 국가대표 코치님과 상의해 더 높은 기록에 도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한 달 반 동안 해외에 체류하며 다섯 번의 대회에 참가했다는 우상혁은 "한식은 아예 먹지 않고, 먹방으로만 봤다. 아는 맛이라고, 더 먹고 싶을 것 같았다"며 "체중 관리도 중요해서 시합만을 생각하며 한 달 반을 꾸역꾸역 버틴 것 같다"고 힘겨운 훈련 과정을 설명했다.
우상혁의 트로피 키스 |
우상혁은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6위(2m29)에 그친 아쉬움도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 트로피를 들면서 털어냈다.
우상혁은 "세계선수권에서는 부담감 때문에 6위를 한 것 같다"며 "그 뒤로 좀 더 마음이 편해지고 보완할 점을 찾았다"고 다이아몬드 파이널에서 정상에 오른 비결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은 미세한 차이의 부담감에서 기록이 2∼3㎝가 오가는데, 계속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30번의 도전에서 나오는 피드백을 통해 2m35를 뛴 것 같다"며 "수십 번의 도전 중에 단 한 번 넘은 건데, 이 경험이 다음 경기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우상혁 '트로피 들고 활짝' |
우상혁은 다이아몬드 모양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과 동시에 2024 파리 올림픽 기준 기록을 통과해 올림픽 출전도 사실상 확정했다.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이 자신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는 우상혁은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을 땄으니, 이제는 금메달을 따고 싶고 올림픽 메달도 목에 걸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이어 "운동 선수의 최종 목표는 그랜드 슬램인데, 모든 시합에 나가서 최초 타이틀을 갖고, 메달도 따고 싶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다가올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우상혁은 "시차 적응이 힘들다고 하지만 나는 별로 안 힘들다"며 웃은 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파이널에 불참한 '현역 최고'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과 아시안게임에서의 승부를 앞둔 우상혁은 "2m33을 1차 시기에 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거기서 심리 싸움이 시작되는 것 같다"며 "바르심과의 대결에서도 1차 시기부터 주도권을 잡겠다"고 선언했다.
전날 세계적인 육상 스타들과 함께 '챔피언 세리머니'에 참석한 우상혁은 "이번에 장대높이뛰기 세계 신기록을 다시 쓴 아먼드 듀플랜티스(23·스웨덴)를 비롯해 많은 선수가 '축하한다, 멋진 점프였다'고 인사를 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soruh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