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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교 살해 의혹'에 인도 '발끈'…캐나다와 FTA 협상 중단(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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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인도 정보요원, 살해 연루"…인도 "터무니없는 주장" 일축
77만 시크교도 거주, 독립운동 거점… 美 "깊은 우려" 상황관리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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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지난 9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의 바라트 만다팜 컨벤션 센터에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왼쪽)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악수하는 모습. 이날 인도는 정상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모디 총리가 양국관계는 상호 존중과 신뢰에 기반해야 한다"며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 내 시크교 분리독립 운동을 용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3.9.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인도와 캐나다의 외교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캐나다가 자국에서 벌어진 시크교 분리주의 독립운동가가 살해된 사건에 인도가 개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인도는 "터무니없다"고 발끈했다. 10년만에 재개된 양국간 자유무역헙정(FTA) 협상은 잠정 중단됐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인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앞서 "캐나다 총리가 우리 총리에게 비슷한 주장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캐나다가 제기한 의혹은 "터무니없을 뿐만 아니라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캐나다 정부가 자국 영토에서 활동하는 모든 반(反)인도 분파에 대해 신속하게 실효성 있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캐나다 정부의 "이 같은 근거없는 주장은 캐나다에 도피처를 제공받은 칼리스탄 테러집단에 대한 (논의의) 초점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칼리스탄은 시크교도 공동체를 일컫는 고유명사다.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시크교도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인도 북서부 펀자브 지방에 시크교 신정일치 국가를 건설하는 분리독립 운동을 전개해 왔다. 인도는 1990년대에 자국 내 시크교도 반란을 완전히 진압했지만 이를 계기로 분리독립 운동은 해외로 근거지를 옮겼다.

특히 캐나다는 인도 펀자브에 이어 시크교도들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이다. 2021년 인구조사에서 140만 인도계 캐나다인 중 77만명이 자신의 종교를 시크교라고 응답했다. 그만큼 독립운동 활동도 활발한 편이다. 1985년에는 시크교 무장단체가 캐나다에서 인도로 향하던 에어 인디아 여객기를 상대로 폭발물 테러를 벌여 329명의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기도 했다.

전날(18일) 캐나다 외무부는 앞서 6월 브리티시컬럼비아주(州)에서 시크교 분리독립 운동가 하딥 싱 니자르(46)가 총격을 당해 숨진 사건에 인도 정보요원이 연루됐다는 첩보를 입수해 캐나다주재 인도대사관의 정보담당 수장을 추방했다고 밝혔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도 이날 국회의사당에 출석해 "캐나다 시민을 살해하는 데 외국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주권 침해"라고 규탄했다. 이어 "지난주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분명한 용어로 직접 우려를 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나다 정보기관은 인도 정보요원이 니자르의 사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혐의를 밝히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며 "가장 강력한 용어로 인도 정부가 캐나다와 협력해 진상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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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州) 써리에 있는 시크교 사원 외벽에 지난 6월 이곳에서 총격을 당해 숨진 시크교 분리독립 운동가 하딥 싱 니자르(46)의 초상이 걸린 모습이다. 이날 캐나다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니자르 사망에 인도 정보요원이 연루됐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2023.9.1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양국 정상은 지난 9일 G20을 계기로 열린 캐나다-인도 정상회담에서도 니자르 살해 사건으로 인해 얼굴을 붉혔다. 인도 총리실은 정상회담 종료 직후 성명을 내고 "모디 총리는 양국관계가 상호 존중과 신뢰에 기반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 내 극단주의 세력을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상대국 정상을 비난할 정도로 양국 관계가 악화하자 내달 예정된 캐나다-인도 FTA 협상은 무기한 연기됐다. 15일 캐나다 무역부는 정확한 사유는 함구한 채 "협상 대표단의 인도 파견을 연기한다"고 했으며 같은 날 인도도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을 잠정 중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년 만에 재개한 FTA 협상이 사실상 결렬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양국 정부가 연내 FTA 체결 의사를 내비쳤던 것과 대비된다. 다만 협상이 최종 결렬되더라도 양국 교역 규모가 미미한 만큼 경제적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캐나다-인도간 교역액은 137억캐나다달러(약 13조원)로 캐나다의 전체 연간 교역액(약 1489조원)의 0.87%에 불과하다.

2018년 트뤼도 총리는 인도 내 분리주의 세력 중 어느 누구도 캐나다 정부 차원에서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이후 캐나다 내 시크교도들의 반인도 집회에 대해 인도 정부가 정식으로 항의하자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인도와 캐나다의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자 미국은 상황 관리에 들어갔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전날 성명을 내고 "트뤼도 총리가 언급한 혐의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캐나다 파트너들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중국과 국경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와 함께 안보협의체 쿼드(Quad)를 결성하는가 하면 지난 6월에는 '인도의 카슈미르 인권탄압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자국내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모디 총리를 처음으로 수도 워싱턴에 국빈 초청하는 등 인도와의 관계에 각별히 신경 써 왔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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