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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논평] 뜻 없이 무릎 꿇는 그 복종 아니요 - 지형은 목사

노컷뉴스 CBS노컷뉴스 오요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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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한말 시기에 미국은 남북전쟁을 겪었습니다. 노예제 폐지를 통하여 미국을 인권과 공화제 위에 세운 사건입니다. 전쟁은 1861년에서 1865년까지 만 4년이었지만 노예제를 중심한 남과 북의 심각한 갈등은 훨씬 오래됐습니다.

1860년 11월 노예제를 반대하는 공화당 후보 아브라함 링컨(1809~1865)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남부의 주들이 연방에서 탈퇴하기 시작합니다. 이듬해 4월 대통령 취임 시점에는 연방을 탈퇴한 남부의 7개 주가 남부연맹(Confederate States of America)을 결성합니다. 그리고 한 달 뒤에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인 아브라함 링컨이 워싱턴디씨의 포드극장에서 암살당한 것이 1865년 4월 15일입니다. 남북전쟁과 링컨의 재임은 시기적으로 겹칠 뿐 아니라 전쟁의 원인과 마무리 등에서 뗄 수 없이 연결돼 있습니다.

백악관에서 어머니의 유품인 성경을 읽고 기도한 링컨은 한국 교회에 아주 잘 알려진 신앙의 표상입니다. 남북전쟁의 전세를 결정지은 게티즈버그 전투의 승전 직후 있었던 링컨의 저 유명한 연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민주 공화제의 표상입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 말입니다.

링컨과 깊은 친분 관계에 있는 인물 중에서 보좌관 존 밀턴 헤이(John Milton Hay, 1838~1905)가 중요합니다. 링컨이 저격된 시간에 백악관에 있던 헤이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링컨이 옮겨진 피터슨하우스로 갔고 임종을 지켜봤습니다. 헤이는 "그의 낡은 이목구비에 형언할 수 없는 평화의 표정이 떠올랐다"고 썼습니다.

[지형은 목사 / 성락성결교회, 한목협 대표회장]

[지형은 목사 / 성락성결교회, 한목협 대표회장]



헤이는 링컨을 보좌했던 존 니콜라이(John G. Nicolay)와 함께 1890년에 10권으로 된 링컨 전기를 펴냈습니다. 보좌관 시절에 이미 링컨의 허락을 받아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고 링컨이 암살당한 후에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어졌습니다.


현명한 아버지, 천재적인 군의 지도자, 위대한 웅변가, 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민주 공화제의 주창자 등의 링컨 표상은 상당 부분 헤이의 글 덕분이라는 것이 역사가들의 평가입니다. 아주 부정적이었던 남부의 링컨 평가를 거슬러서 오늘날의 링컨을 있게 한 사람이 헤이입니다.

헤이는 대학 시절부터 글을 써온 작가요 시인이었고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으로 넘어가는 미국 역사의 외교와 정치에서 중심인물이었습니다. 링컨에게는 아들과 같은 존재로서 격변기에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헤이는 맥킨리와 루즈벨트 대통령 집권기에 제37대 미국 국무장관이었습니다. 헤이가 지은 찬송시가 있습니다. 우리 찬송가 460장에 수록돼 있고 잘 알려진 노래입니다.

뜻 없이 무릎 꿇는 그 복종 아니요

운명에 맡겨 사는 그 생활 아니라
우리의 믿음 치솟아 독수리 날 듯이
주 뜻이 이뤄지이다 외치며 사나니

약한 자 힘주시고 강한 자 바르게
추한 자 정케 함이 주님의 뜻이라
해 아래 압박 있는 곳 주 거기 계셔서
그 팔로 막아 주시어 정의가 사나니

헤이가 이 찬송시를 쓴 것이 1891년입니다. 링컨 전기를 펴낸 이듬해입니다. 헤이는 링컨 공화주의가 그 결점과 미덕을 포함해서 기독교적인 중심 가치라고 확신했고 링컨이 그리스도 이후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찬송의 가사는 헤이가 링컨의 삶을 생각하면서 썼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내용에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서 깊고 분명한 입장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알지 못하고 복종하는 광신과 상황에 휩쓸리는 운명론을 거부하며 오로지 하나님의 뜻을 외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링컨의 삶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한국 사회가 참 어지럽습니다. 기독교 신앙은 창조 세계 전체에 관하여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사회적 책무입니다. 윤석열정부의 독선과 독주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사회의 분열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비롯한 국제 정세가 험난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분야에서 기독교를 대표하는 연합기관들이나 이 시대의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나름의 합당한 신앙적 방식으로 주님의 뜻을 대언하지 않는다면 후일에 부끄러움을 당할 것입니다.

마침 내년 가을에 제4차 로잔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립니다. 기독교 복음주의 신앙이 사회적 책임에 소홀했던 것을 참회한 1974년의 로잔언약을 잇는 모임입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지형은 목사 / 성락성결교회, 한목협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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