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라우브의 첫 단독 내한 공연. 1만5000명의 관객이 함께했다.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
“잠깐만, 잠깐만!”
공연이 중반에 달했을 무렵, 세계적인 팝스타 라우브(Lauv·29)가 다급히 외쳤다. 다음 곡인 ‘서머 나이츠(Summer Nights)’의 전주가 멈췄다. 이어 공연장 불이 켜지며 스탠딩석 한가운데 마련된 간이 무대에 그가 깜짝 등장했다. 전석 매진된 객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지난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돔)에서 열린 라우브의 첫 단독 내한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과의 호흡으로 채워졌다. 사랑, 외로움, 불안 등 내면의 다양한 모습을 진솔하게 노래에 담는 싱어송라이터인 만큼 무대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스스럼이 없었다.
지난 4일 발표한 신곡 ‘러브 유 라이크 댓(Love U Like That)’을 부르며 무대에 등장한 라우브는 관객들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끼려는 듯 무릎을 꿇은 채 첫 곡을 마무리했다. “안녕, 한국”이란 짧은 인사를 건네고 바로 2018년 발표한 히트곡 ‘파리스 인 더 레인(Paris in the Rain)’을 이어갔다. 함성과 함께 1만5000여 명의 우렁찬 ‘떼창’이 퍼지자, 그는 마이크를 객석으로 돌렸다. 감동한 듯 입을 틀어막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9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라우브의 첫 단독 내한 공연. 1만5000명의 관객이 함께했다.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 속에서 서정적인 그의 음색은 더욱 돋보였다. 화려한 무대 장치나 효과도, 무대 뒤편의 밴드 세션도 없었다.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무대 곳곳을 꽉 채워 나갔다. 팬 서비스에도 진심이었다. 무대 아래로 내려가 관객들을 안아주거나, ‘러브 유(사랑해)’라 외치는 관객에 ‘러브 유 모어(내가 더 사랑해)’라고 답했다. 노래를 부르다 왼팔에 한글로 ‘맛살♡’라고 새긴 문신을 공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공연 참석차 내한했다가 게맛살을 먹고 감동해 문신을 새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관객들이 가장 기대했던 곡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의 주제곡이자, 그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스틸 더 쇼(Steal The Show)’였다. 직접 건반을 치며 ‘스틸 더 쇼’를 부른 라우브는 한 커플을 무대 위로 불러내 프러포즈 이벤트를 펼쳤다.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커플을 축하해줬다. 노래를 마친 라우브는 감동이 가시지 않은 듯 몇 초간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첫 정규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드럭스 & 디 인터넷(Drugs & The Internet)’을 부르기 전 라우브는 “일이 잘 안 풀리고 삶이 힘들어 (SNS) 팔로워나 ‘좋아요’ 수 등에 집착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 당시 쓴 곡”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당시엔 친구, 가족 등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지금 그것을 후회한다”고 털어놨다. ‘조금 더 나은 나’가 되는 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한다는 노래 가사처럼 그의 용기 있는 변화는 어느덧 관객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마지막 앙코르곡 ‘아이 라이크 미 베터(I Like Me Better)’를 부르며 그는 관객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무대 뒤 화면에 적었다.
“Love is my answer.(제가 찾은 답은 사랑입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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