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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 가져오라 했더니 무시해서 다시 지시…아동학대로 신고”

동아일보 이상환기자,최미송기자,박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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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교사로 배치돼 국어 교재를 안 가져온 학생에게 가져오라고 했다. 무시해서 다시 지시했는데 반 아이들이 ‘원래 저런 애’라며 그동안 당했던 학교폭력 얘기를 쏟아내더라. 진정시키고 교무실에 가니 첫날 1시간 만에 아동 학대로 신고당해 있었다.”

22일 오후 3시. 보신각 앞에서 열린 ‘교사 추모 및 진상규명 촉구 집회’에서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여교사가 마이크를 잡더니 “이번에 세상을 떠난 교사와 같은 25세 초등학교 교사”라며 자신이 겪은 교권 추락 사례를 소개했다.

이 교사는 “아이가 교실에서 자기 얘기가 나온 게 억울했던 것 같더라. 그런데 아버지는 저에게 손가락질하며 ‘아이에게 사과하면 봐 드리겠다’고 했다. 결국 경찰 조사를 받고 ‘혐의 없음’이 나오긴 했지만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이날 집회에는 검은 옷과 검은 마스크 차림의 전·현직 교사와 교대 및 사범대에 재학 중인 예비 교사 등 5000여 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 여교사 A 씨(25)가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학부모의 도 넘는 갑질을 규탄하며 “교사 생존권과 교육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9년 차 교사라고 밝힌 참가자는 “2년 전 원치 않게 1학년 담임을 맡은 뒤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새벽에 응급실을 전전하면서도 출근해 왔는데, 결국 이렇게 동시다발적 문제로 터져버렸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2000여 명이 집회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5000여 명이 모였다. 오후 2시경 시작된 집회는 오후 4시경 별도의 행진 없이 마무리됐다.


교사 사회 내부에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교조가 진보 교육감들과 함께 ‘학생 인권 강화’를 요구해온 사이 교권이 힘을 잃었고 지금의 사태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날 집회에선 대책위 측은 “특정 단체의 후원이나 연대가 없는 추모를 위해 개인 교사 자격으로 집회를 열고 참석한 것”이라며 전교조와의 관련성에 선을 그었다.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열린 전교조 집회에는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상환기자 payback@donga.com

최미송기자 cms@donga.com
박성민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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