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터지자 “나 아빠인데, 변호사야”…서이초 학부모 ‘갑질’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2년차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서이초는 학부모들이 과도하게 민원을 제기해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했다.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 추모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서울교사노조는 21일 “202X년부터 올해까지 서이초에서 근무했거나 현재도 근무하고 있는 교사들의 제보를 받았다”며 내용을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서이초에서 학교폭력을 담당했던 A교사는 당시 민원이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었고, 민원을 제기한 대부분의 학부모가 법조인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부모 민원이 너무 많아 대부분의 교사들이 근무를 매우 어려워했다”고 말했다. A교사는 학교 폭력이 발생해 처리할 당시 한 학부모는 “나 ○○ 아빠인데 나 뭐 하는 사람인지 알지? 나 변호사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숨진 교사와 함께 근무한 B 교사는 고인이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C 교사는 고인의 학급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있었는데, 가해자 또는 피해자의 학부모가 고인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수십회 걸었다고 증언했다.

고인은 이 일을 말하며 “내가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고, 교무실에도 알려준 적이 없는데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 소름 끼친다”며 “방학 후에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고인과 서이초 다른 교사의 도움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고 한다.

또 고인은 학급에 “선생님 때문이야”라고 수업시간 중 소리를 지르는 학생이 있다고 C 교사에게 알렸다. 고인이 출근할 때 그 학생이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게 C 교사 설명이다.

D 교사는 학급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 학생 이마를 그은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고인에게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고 발언했다고 증언했다. 고인은 동료 교사에게 “작년보다 10배 더 힘들다”고 말했다고 한다.

E 교사는 서이초에 2022년 3월부터 경력이 적은 교사 5명이 근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력이 있던 나도 힘이 들었는데 저경력 교사가 근무하기에는 매우 힘든 학교였다”고 설명했다.

서울교사노조는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학생 생활 지도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정황을 추가 제보를 받아 확인했다”며 “경찰과 교육당국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유족과 전국의 교사 등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진상 규명을 위해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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