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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성·청년 모욕 ‘시럽급여’ 공청회, 이래서야 개선 논의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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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출(가운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2일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박대출(가운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2일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지난 12일 정부·여당의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 후폭풍이 거세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시럽(syrup)급여’라고 조롱하고, 고용노동부 인사가 여성·비정규직·청년을 싸잡아 부정수급자로 일반화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다.

이 발언들은 모욕적일 뿐만 아니라, 당정 주최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못된 정보를 전파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담당자는 “여자분들, 계약기간 만료, 젊은 청년들은 쉬겠다고 웃으면서 온다”며 “실업급여 받는 중에 해외여행 가고, 샤넬 선글라스나 옷을 산다”고 했다. 그러나 과거 통계를 보면, 실업급여 수급자 남녀 비율은 비슷한데 부정수급은 남성이 두 배가량 많고, 연령도 전체 부정수급자 중 20대가 가장 적고 50대가 가장 많다.

실업급여는 공적부조가 아니라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부유한 실업자도 보험금을 내왔다면 수급자가 된다. 실업급여를 어디에 썼는지 파악하지 않으니, 명품을 샀는지 공무원이 알 길도 없다. 해외여행을 금지하지도 않는다. 다만 구직활동 등을 증명할 서류를 본인이 직접, 국내에서만 제출할 수 있게 돼 있다.

더구나 “고용보험 목적에 맞는 장기 근무 남자분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온다”(서울고용청 담당자),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의 ‘시럽급여’”(박대출 의장) 언급은 실업급여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이다. 오랜 기간 취업시장의 성차별로 인해 여성 정규직 비율이 낮은 것인데도, 마치 ‘정규직 남성’만 실업급여 자격을 가진 ‘진정한 근로자’라는 식의 발언에 분노가 치민다. 또한 실직당한 비정규직이 실업급여라도 기쁘게 받는 것조차 탐탁지 않게 여기는 시선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상처를 후벼 판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실업이 급증하면서 고용보험이 적자로 돌아서고,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이 일부 최저임금 실수령액보다 높아진 문제점 등은 분명 점검을 해야 한다. 반복 수급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는 여성·청년·비정규직이 수급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라, 고용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이다. 향후 실업급여 체계의 진정성 있는 개선 논의를 위해서라도 정부와 여당은 이번 사안에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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