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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도화선…들불처럼 번지는 대만 '미투 운동'

아시아경제 구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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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웨이브 메이커스'로 시작
대만 정치권에서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하는데 한 넷플릭스 드라마가 시발점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대만에서 지난 2주 동안 90건 이상의 미투 고발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처음엔 정치권을 중심으로 터져 나온 미투 의혹이 점차 의료계·학계·스포츠계 등으로 퍼지면서 대만 사회 전반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리우 웬 대만 시니카 아카데미아 사회 평론가이자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도 성희롱과 관련된 사건이 한 건씩은 있었지만, 이 정도 규모는 아니었다"며 "사회 각계의 근본적인 문제가 동시에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웨이브 메이커스' 미투 운동의 도화선 작용
넷플릭스 대만 드라마 '웨이브 메이커스'의 한 장면. 극중 보좌관(오른쪽)이 성추행 당한 사실을 알게 된 당 대변인(왼쪽)이 그를 지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대만 드라마 '웨이브 메이커스'의 한 장면. 극중 보좌관(오른쪽)이 성추행 당한 사실을 알게 된 당 대변인(왼쪽)이 그를 지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넷플릭스]


대만의 이러한 미투 운동을 촉발한 건 지난 4월 말 공개된 대만의 넷플릭스 정치 드라마 '웨이브 메이커스'였다. 이 드라마는 선거를 앞두고 한 후보자의 캠프에서 이하는 젊은 여성 보좌관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여성 보좌관은 당내 남성 동료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당내 여성 대변인에게 털어놓는다. 당 대변인은 이를 듣고 "당에 미칠 타격을 감수하더라도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이대로 놔두지 말자.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시들어 죽게 될 거야"라는 명대사를 남긴다.

매체는 이 장면을 두고 "현재 대만을 휩쓸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한 명확한 신호탄으로 평가받는다"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이 대사는 대만 미투 운동의 구호처럼 자리 잡았다.

'양성평등 문화' 자부심에 균열 일어
대만 미투 운동의 시작점이 된 민진당 전 당원의 페이스북 게시물. [사진=페이스북 캡처]

대만 미투 운동의 시작점이 된 민진당 전 당원의 페이스북 게시물. [사진=페이스북 캡처]


지난달 31일 여당인 민진당의 전 당원 A씨는 페이스북에 "지난해 당내에서 성희롱당한 사실을 민진당 여성부(성평등부) 주임에게 신고했으나, 여성 인권운동가 출신인 주임으로부터 부당한 대우와 2차 피해를 봤다"라고 폭로했다. 그의 게시물은 "이대로 놔두지 말자"라는 드라마 대사로 시작했으며 '웨이브 메이커스'의 캡처 화면으로 마무리됐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미투' 고발이 연이어 나왔다. 민진당 청년부에서 근무하던 또 다른 당원도 동료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청년부 주임에게 보고했지만, 오히려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부당한 대우와 따돌림을 당하다가 그만두게 된 일을 폭로했다.


야당인 국민당 소속 푸쿤치 의원 역시 2014년 한 여성 기자를 성희롱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BBC는 "대만인들은 양성평등 문화를 자부심의 원천으로 여겨왔다"라고 전했다. 대만에는 일찍이 서구적 양성평등 사상이 자리 잡아 '전족'이나 '남아선호사상' 등 전근대적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는 중국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에는 고위 정치 지도자 가운데 여성이 없지만, 대만은 거의 10년 동안 여성 총통이 국정을 이끌고 있다. 또 대만 의회의 여성 의원 비율은 43%로 국제의회연맹이 집계한 세계 평균 29%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인다.


이렇게 성평등 일면에서 진보적이지만 성폭력 피해자들이 편견을 걱정해 신고를 꺼리는 등의 보수적인 문화도 존재한다고 매체는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드라마 '웨이브 메이커스'가 이 간극에 균열을 냈다고 대만 사회는 평가했다.

민진당 호감도 최저치 달성…차이잉원 총통 '사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공교롭게도 대만은 극 중 내용처럼 내년 1월 총통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미투 운동 물결이 이번 총통 선거에 어떠한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현재로선 민진당에 폭탄이 떨어졌다. 민진당은 그간 여성 참정권, 혼인 평등법 등 남녀평등과 여성 인권 보호를 핵심 가치로 여겼기 때문이다. 대만이슈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민진당에 대한 호감도는 미투 운동 이전인 지난 5월 중순 정점을 찍고 이달 초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유잉룽 대만민의기금회 회장은 매체를 통해 "민진당이 이번 사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경우 청년, 여성, 고학력, 중산층 유권자의 표심을 대거 잃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통이자 민진당 대표로서 사과의 뜻을 밝히며 "성희롱을 당한 사람들은 피해자로, 이들을 편견이 아닌 보호로 대해야 한다"라며 "우리 사회 전체가 다시 자신을 교육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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