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식 수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던 두 사람이 부부가 됐다는 사연이 전해지며 심장질환 환우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5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13살 때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함은지(28)씨와 2년 전 심비대증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최재원(34)씨가 오는 11일 결혼식을 올린다.
함씨는 3살 무렵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 림프종을 앓다가 초등학생이 되어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13살 때 또다시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았다.
확장성 심근병증은 심장근육 이상으로 심실의 확장과 수축 기능에 장애가 생겨 심부전과 부정맥 등을 유발하는 병으로, 소아에게서는 10만 명당 1명 정도 발생하는 희소 난치성 질환이다.
심장박동을 강화하는 약물인 강심제 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던 그는 심장이식을 받아야 했고, 기적적으로 보름 만에 소아 뇌사자가 기증한 심장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함씨의 오랜 항암 투병으로 가정 형편은 어려워졌고, 수천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감당하기가 버거웠다.
그때 당시 서울아산병원 선천성심장병센터 간호사였던 임유미 단국대 간호학과 교수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임 당시 간호사는 함씨에게 "내가 이모가 되어 주겠다"며 사방팔방으로 수술비 지원을 받으러 다녔고, 아산사회복지재단과 한국심장재단, 함씨가 다니던 초등학교와 옆학교의 도움으로 수술비를 마련했다.
불과 13살이었던 함씨는 큰 수술을 앞두고 두려웠을 법도 했지만,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는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파이팅'을 외치며 수술실로 들어가는 씩씩한 소녀였다.
그는 윤태진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교수의 집도로 무사히 수술받았고,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는 꾸준히 합기도를 하면서 체력을 단련했다.
함씨는 심장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도움을 주는 일에도 힘썼다. 그는 환자들이 주로 찾는 온라인 카페에 주기적으로 들러 환자들의 질문에 꼼꼼히 답하며 궁금증을 해결해줬다.
함씨와 예비 신랑의 인연도 이 카페에서 시작됐다.
심비대증으로 체외산소공급기와 좌심실보조장치에 의지하며 심장이식을 기다리던 최씨는 경험자로서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는 함씨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껴 밥 한 끼를 사겠다고 제안했고, 이 만남을 계기로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이제 곧 부부가 되는 두 사람은 상대의 건강을 살피고 병원도 같이 다니면서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고 있다.
함씨는 연합뉴스에 "특히 여성 환자들이 결혼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며 "올해 심장이식 17년 차가 된 제가 다른 사람들처럼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에 장기기증 서약에도 동참했다. 함씨는 "숨 쉬는 것조차 어려웠던 제가 공여자의 숭고한 생명 나눔으로 기적적으로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다"며 "저 또한 기증을 통해 누군가의 간절함을 꿈과 희망으로 바꿔주고 싶다"고 밝혔다.
황민주 인턴기자 minch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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