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다이먼 5년만 방한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 만나
“미중 관계 속 한국 상황 논의”
중국·대만·일본 순방하는 일정
美퍼스트리퍼블릭 인수 등
눈에 띄는 행보로 정치권 주목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 만나
“미중 관계 속 한국 상황 논의”
중국·대만·일본 순방하는 일정
美퍼스트리퍼블릭 인수 등
눈에 띄는 행보로 정치권 주목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이 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금융지주사 회장단과 면담을 마치고 호텔을 나서고있다. [한주형 기자] |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이 5년 만에 1박2일 일정으로 5일 한국을 찾았다. 다이먼 회장은 도착직후부터 국내 대형 기관투자가와 금융지주 회장을 만나는 등 광폭행보를 보였다.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 중인 다이먼 회장은 당초 한국에는 몇시간만 체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정을 더 늘려잡았다.
이날 한국을 찾은 다이먼 회장은 김포공항에서 바로 서울 시내의 한 호텔로 이동해 한 시간가량 주요금융사 관계자들과 만났다. 이날 간담회에는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을 비롯해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다이먼 회장은 미팅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현재 아시아를 순방하는 중”이라며 “미중 관계에서 한국 및 아시아의 상황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 금융기관 및 기관투자자의 대응방향에 대한 의견을 듣고 JP모건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금융기관 회장은 “향후 미중관계의 전개방향과 이에 따른 한국의 입장 변화 등을 문의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금융기관 회장은 “전기차, 반도체 등 (미국 정부의 핵심 육성사업분야는) 미국 정부기조를 따라가는 듯했으나 그렇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중국과 협력관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으로 이해했다”고 언급했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다이먼 회장은 앞서 방문한 중국에서 중국의 중요성을 강조한바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상하이에서 열린 ‘글로벌 차이나 서밋’에 참석해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JP모건은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중국에 있을 것”이라며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시도하면 안 된다. 중국과 중국인들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이 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금융지주사 회장단과 면담을 마치고 호텔을 나서고있다. [한주형 기자] |
다이먼 회장 외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미국 재계·금융계 인사가 잇따라 중국에 방문하면서, 경색돼 있던 대중국 투자 분위기가 완화될지 기대하는 것이다. 다이먼 회장은 한국 방문에 앞서 중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을 순방했다.
한편 다이먼 회장은 한국 방문 이유에 대해 “이 나라에 경의를 표하러 왔다”며 “한국에 와서 행복하다”고 답변했다. 그는 “(한국은) 과학기술 등에서 많은 발전을 했다”며 “내가 중국 도쿄 대만 홍콩 등 여러나라를 갔다 왔는데 지정학적 문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 대해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다이먼 회장이 내년 미국 대선 후보로 강력하게 부상함에 따라 대통령실을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다이먼 회장은 한국 대통령을 만나러 가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아시아 순방은 미국 대통령 캠페인과 상관 없으며,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 또한 “공식적으로 대통령실과의 미팅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다이먼 회장 등을 만나 “나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며 “한국 시장도 열려 있고, 제 사무실도 열려 있으니 언제든지 찾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다이먼 회장 또한 “한국은 천연자원이 없어도 직업윤리, 교육, 엔지니어링 기술, 개방성 등으로 성공한 나라여서 앞으로도 지켜보고 싶다”고 답했다.
다이먼 회장은 국내 기관투자가 및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 이후 곧장 서소문 JP모건 서울지점 본사로 이동해 임직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현재 글로벌 투자 환경이 불안정함을 강조하면서 임직원들에게 거시경제 변화에 촉각을 곤두 세울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먼 회장은 2006년부터 JP모건을 이끌며 20년 가까이 세계 금융시장 리더로 불려왔다. 미국 터프츠대를 졸업한 그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거쳐 아메리칸인스프레스와 씨티그룹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0년 미국 5위 은행인 뱅크원의 CEO로 선임된 뒤 2004년 JP모건체이스와의 합병을 성사시켰다. 2006년 JP모건 회장에 오른 후 월가에 감원 폭풍이 몰아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생존했다. 이 덕분에 그는 ‘월스트리트의 황제’ 외에도 ‘금융위기 최후의 승자’ 등의 다양한 별명을 갖게 됐다.
최근 그는 파산 위기에 처했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 인수를 주도하며 미국 지방 은행발 위기에서 소방수 역할을 자처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도 소신을 밝히는 성향 때문에 미국 정재계에선 그에게 내년 대선에 출마할 것을 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 3월 기준 자산 3조7443억달러를 보유한 전 세계 최대 은행이다. 시가총액은 4100억달러 수준으로 중국공상은행과 전 세계 1위를 다투고 있다. JP모건 코퍼레이션으로 출발한 이 은행은 2000년 하반기 투자은행인 JP모건과 상업은행인 체이스 맨하탄이 합병하면서 JP모건체이스로 사명을 바꿨다. 2020년부터 코인베이스와 제미니 등의 암호화폐 거래소에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은행권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는 1967년 외국계 은행으로는 최초로 서울지점을 열었다. 외국계 금융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기업금융과 투자자문, 자산운용 등 투자은행이 담당할 수 있는 전 분야에서 수익을 내며 순이익 등에서 장기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6일 오전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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