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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이란 ‘위험한 공생’… 키이우에 자폭드론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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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계기로 밀착 가속
조선일보

30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상공에서 러시아군이 쏜 이란제 샤헤드 드론(무인기)이 격추되고 있다./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건립 기념일 새벽부터 전개된 러시아군의 드론 공습이 사흘째 이어지고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도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우크라이나 전선의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개전 후 최대 규모로 단행된 이번 키이우 드론 공습에 이란제 드론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란의 개입 논란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새벽(현지 시각) 키이우를 겨냥한 러시아의 드론 공습으로 최소 1명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의 드론 공습은 28일(59대), 29일(35대)에 이어 사흘째인데, 키이우 군 당국은 러시아가 보낸 드론이 대부분 이란제 ‘샤헤드 드론’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순교자’라는 뜻을 가진 이 드론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줄곧 투입돼 왔다.

이란항공기제조산업공사(HESA)에서 제조했으며, 날개 폭 2.5m, 길이 3.5m에 무게는 200㎏이다. 엔진 소리가 시끄러워 격추당하기 쉽지만, 대당 2만달러(약 2650만원)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최근 “러시아가 이란에서 구입한 샤헤드 계열 드론 400대를 대부분 사용했고, 고급 공격용 드론을 추가로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드론은 러시아와 이란 간 무기 밀거래 체계의 일부이다. 군사·물류 전문가들은 두 나라가 카스피해를 통해 무기를 거래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은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지는 않지만 카스피해 연안국이기 때문에, 카스피해는 최적의 물류 통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 지역에서 수상한 선박 움직임이 늘었다. 해운 정보를 분석하는 ‘로이즈 리스트 인텔리전스’는 “카스피해에 목적지나 적재물을 속이고 운항할 가능성이 있는 선박이 증가했다”고 했다.

러시아는 드론을 받은 대가로 우크라이나에서 노획한 서방의 최신 무기를 이란에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서방 무기를 해체·분석해 역설계(reverse engineering)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 3월 CNN은 미국·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군이 1년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획득한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등을 이란에 보낸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두 나라가 무기 이외에 연료 등 핵심 물자를 거래한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AP통신은 지난달 “러시아가 올해 처음으로 철도를 통해 이란에 연료를 수출했다”고 보도했다. 2월부터 3월까지 최대 3만t의 휘발유와 경유가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을 거쳐 이란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이란은 역사적으로는 대립 관계였지만,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이란이 강성 반미 국가가 된 뒤에는 안보·경제 분야에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이란이 핵 개발 의혹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주도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하면서 양측의 밀착은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자국 영해·영공을 거치는 이란 항공기·상품의 이동을 중단하고 이란 국민에게 무역·금융·기술 제재를 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 “매일 밤 우크라이나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는 샤헤드 드론은 이란 국민이 점점 어두운 역사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란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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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공격을 당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의 조사관이 샤헤드 드론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살펴보는 장면. /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30일 오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도 드론 공격을 받았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 드론 공격에 총 25대가 동원됐고, 일부는 외곽에서 방공 시스템에 격추됐으나 3대는 시내 주거 지역까지 날아들었다. 이번 공격은 키이우에 대한 사흘 연속 드론 공격 직후 진행됐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정부나 친우크라이나 세력의 보복, 또는 ‘대반격’과 관련한 작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주민 2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을 뿐 중상자나 사망자는 없다”고 밝혔지만,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래 처음으로 민간인 거주 지역이 공격받자 모스크바는 충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번 드론 공격이 우크라이나 소행임을 주장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내가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드론 공습은) 명백히 키이우 정권의 공격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막심 이바노프 러시아 국회의원은 “2차 대전 당시 나치 이후 모스크바에 대한 가장 심각한 공격”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주장을 일축하면서도 적극 부인하지는 않았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우리는 이번 공격과 직접적으로 연관돼있지 않다”면서도 “이런 종류의 공격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예측하고 지켜보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무실 등이 있는 크렘린궁 상공에서 드론 공격 시도가 있었다. 일부 외신은 당시 공격이 우크라이나 측 작전일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영국 가디언은 “30일 모스크바를 공습한 드론 중 적어도 한 대는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UJ22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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