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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서 교통사고 70대, 2시간 동안 11개 병원서 '이송 거부'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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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직후 복강 내 출혈로 심각한 상태
경기남부·충남 11개 대형병원 이송 거부
경기북부 의정부성모병원 이송 중 심정지

한국일보

경기 의정부소방서 본서에 응급출동을 마친 구급차가 복귀하고 있다. 이종구 기자


경기 용인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은 70대 남성이 2시간 동안 11개 병원에서 이송을 거부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월 대구에서 중상을 입은 10대 여학생이 병원 측의 진료 거부로 2시간을 전전하다 사망한 지 2개월 만에 또다시 유사한 사건이 터지자, 정부 차원의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30분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좌전삼거리 1차선 도로에서 50대 A씨가 몰던 그랜저 차량이 후진 중 도로 갓길에 있던 B(74)씨를 덮쳤다. 해당 도로는 보행자와 차량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혼용 도로였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B씨의 복강 내 출혈이 의심돼 인근 종합병원에 이송을 문의했다. 지난 3일 경기 서남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재지정된 수원 아주대병원을 비롯해 용인 세브란스병원과 성남 분당서울대병원·분당차병원·분당제생병원·가천길병원, 화성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수원 성빈센트병원 등에선 '병실 부족'을 이유로 이송을 거부했다. 안양 한림대 평촌성심병원에는 4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가용 병실 외에 2명의 응급환자가 대기 중이라 환자를 받을 수 없었다"면서 "응급치료도 중요하지만 수술 후 집중치료가 중요해 수용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구급대는 이후 지역 범위를 넓혀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과 고대안산병원에도 연락을 취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급해진 구급대는 오전 1시 30분쯤 일단 사고 현장에서 가까운 용인 신갈동 강남병원에서 B씨에 대한 응급조치를 취했다. 이후 오전 1시 52분쯤 신갈동에서 차로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경기 북부의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수용 가능 연락이 왔다. B씨의 상태가 심각해 헬기 이송을 검토했으나 날씨 때문에 이륙이 어렵다는 회신을 받은 구급대는 구급차로 B씨를 이송했다. 하지만 상태가 악화된 B씨는 이송 중이던 이날 오전 2시 30분 심정지가 왔고, 의정부성모병원에 도착한 뒤 오전 2시 46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소방 관계자는 "다수의 병원에서 중환자실 부족으로 수용이 어렵다고 해 병원 이송이 지연됐다”며 "늦게나마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이송 중이었으나 심정지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의료 여건이 양호한 경기 남부권에서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 3월 대구에서 10대 여학생이 응급상황에서 2시간 동안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과 관련, 보건복지부는 관련된 8개 의료기관 중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곳에 대해 보조금 지급 중단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번 경우에도 이송을 거부한 11개 병원이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면 제재가 불가피해 보인다. 응급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수용 요청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다음달부터 적용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술 또는 응급처치 후 환자를 옮기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어, 병실이 확보된 병원을 찾는 게 우선”이라면서 “특정한 이유 없이 수용을 거부하면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선 조사를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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