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구단주 어머니 그림자 넘어 佛오픈 정상 도전

조선일보 박강현 기자
원문보기
女테니스 세계3위 제시카 페굴라
일곱 살에 테니스를 시작한 제시카 페굴라(29·미국)는 어린 시절 내내 취미로 한다는 질시에 시달려야 했다. 부상으로 신음할 땐 “다른 일 하면 되잖아” 같은 비아냥도 들었다. 테니스에 인생을 건 다른 선수들과 달리 간절하지 않을 것이란 편견도 그를 괴롭혔다.

제시카 페굴라가 29일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대니얼 콜린스를 상대로 서브를 넣고 있다. 여자 단식 세계 3위인 한국계 페굴라는 이번 대회에서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노린다. /로이터 뉴스1

제시카 페굴라가 29일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대니얼 콜린스를 상대로 서브를 넣고 있다. 여자 단식 세계 3위인 한국계 페굴라는 이번 대회에서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노린다. /로이터 뉴스1


부모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거부(巨富)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테리(72)는 천연가스 개발 등으로 돈을 모아 67억달러(약 8조9000억원)에 달하는 재산 가치를 지녀 미 경제지 포브스(Forbes) 선정 미국 갑부 128위에 오른 인물이다.

어머니 킴(54)은 한국계 입양아로 1993년 테리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킴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다섯살이었던 1974년 미국으로 입양돼 뉴욕에서 자랐다. 킴의 부모는 전 아내와 사이에 아이가 둘 있는 테리와의 결혼을 만류했지만, 킴은 테리의 자상함과 헌신에 반해 부모를 설득했다 한다. 제시카는 두 사람이 낳은 장녀이며 동생 켈리(27)와 매슈(24)가 있다.

페굴라 가족. 왼쪽부터 아들 매튜, 어머니 킴, 아버지 테리, 딸 켈리와 로라(의붓딸), 제시카. /AP

페굴라 가족. 왼쪽부터 아들 매튜, 어머니 킴, 아버지 테리, 딸 켈리와 로라(의붓딸), 제시카. /AP


페굴라 부부는 스포츠를 사랑한다. 2011년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버펄로 세이버스를 1억8900만달러에 사들인 데 이어 2014년 9월 NFL(미 프로풋볼) 버펄로 빌스를 14억달러에 인수했다. 가족 사이에 흐르는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제시카에게 투영된 셈이다.

그럼에도 이런 풍족한 배경은 제시카에게 지원군인 동시에 벗어날 수 없는 그림자 같았다. “부모 명성에 상관없이 스스로 이름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나 프로 생활 초기 2014년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뒤 내리막길을 걸어 단식 세계 랭킹이 775위까지 곤두박질쳤다. 자포자기한 채 라켓을 던지려 했다.

그때 오기가 생겼다. “(배경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아 보겠다”는 집념으로 무장하고 코트로 돌아왔다. 2015년 US오픈에 와일드카드로 출전, 본선에서 첫 메이저 대회 본선 승리를 신고했다. 2019년 여자 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에선 단식 생애 첫 우승, 그리고 그해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오픈에도 “하프 코리안(half-Korean)”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어머니 나라 땅을 밟았다. 2022년부턴 본격적으로 복식도 병행하며 작년 프랑스오픈 복식 결승 무대까지 맛봤다.


점차 실력을 끌어올려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호주오픈(2021~23년)과 지난해 프랑스오픈·US오픈서 한 차례씩 모두 5번 8강까지 오르며 세계 랭킹이 단식 3위, 복식 2위까지 올랐다. 20대 후반에 전성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탄탄한 체격(170㎝·68㎏)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교한 백핸드 스트로크가 일품이란 분석. 미 CNN은 “독특한 배경 때문에 언제든 테니스 코트를 떠날 수 있지만 끈기(steadiness) 있게 싸워가고 있다”고 주목했다.

이번 프랑스오픈에서 그는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을 노린다. 우승 후보로는 부족하지만 이변을 일으킬 수 있는 다크호스라는 평가다. 트로피는 어머니에게 바치고 싶다 했다. 든든한 후원자인 어머니는 작년 6월 제시카가 프랑스오픈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심정지로 쓰러진 뒤 몸이 불편하다. 아직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제시카는 “꿈같은 현실에 살 수 있는 건 다 부모 덕분”이라면서 “어머니를 위해 트로피를 꼭 들어 올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일단 29일 1회전에서 대니얼 콜린스(30·미국·46위)를 2대0(6-4 6-2)으로 꺾고 2회전(64강)에 안착했다. 31일에 카밀라 조르지(32·이탈리아·37위)와 맞붙는다.

[박강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안세영 인도 오픈 2연패
    안세영 인도 오픈 2연패
  2. 2정신우 셰프 별세
    정신우 셰프 별세
  3. 3화사 트리플 크라운
    화사 트리플 크라운
  4. 4유재석 런닝맨 커피차
    유재석 런닝맨 커피차
  5. 5신한은행 9연패 탈출
    신한은행 9연패 탈출

조선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