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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 베일리' 사라지고 '다니엘'만 나온다?...인어공주 '스타마케팅'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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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아 기자]

인어공주 주연 배우 할리 베일리(왼쪽)와 한국어 더빙판 주연 다니엘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인어공주 주연 배우 할리 베일리(왼쪽)와 한국어 더빙판 주연 다니엘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디즈니의 신작 실사 영화 인어공주가 '우여곡절' 끝에 24일 개봉했다. 실사 영화의 인어공주 역에 흑인 가수이자 배우인 할리 베일리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갑론을박이 일었다. 배우를 향한 인종·외모차별주의적 발언이 쏟아지면서 반대 해시태그, '낫 마이에리얼' 문구가 퍼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시장을 겨냥한 디즈니의 스타마케팅이 화제로 떠올랐다. 뉴진스 멤버 '다니엘'을 한국어 더빙 버전의 인어공주로 낙점하면서다. 다니엘 뮤직비디오가 하루만에 390만 조회수를 달성하는 등 화제를 모으자, 흑인 인어공주 캐스팅 논란을 상쇄시킬만한 '호재'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인어공주가 개봉하기까지 디즈니가 정말 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아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현상은 마냥 호재로만 인식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도리어 흑인 인어공주의 존재감을 지우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과거 인종·외모차별주의적 시각을 답습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낫 마이에리얼' 여전한 한국 시장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뉴진스 다니엘이 부른 '저곳으로'(part of your world) 영상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재 723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디즈니코리아는 뉴진스 다니엘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담은 광고 영상을 송출하는 등 관련 홍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맑은 목소리가 매력인 인어공주인만큼, 다니엘의 가창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각 나라 더빙 버전 중 가장 많은, 2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순수하고 호기심 찬 목소리에 푹 빠졌다", "목소리가 청아하고 맑은데 또 힘이 실려서 웅장한 느낌" 등 반응이다. 해외 이용자 댓글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흑인 인어공주, 할리 베일리의 비하 댓글도 같이 양산되는 점이다. "다니엘 외모는 인어공주 그 자체다.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한 감독이 아직도 이해가지 않는다", "캐스팅 때문에 속상했는데 다니엘로 치유된다", "다니엘이 인어공주로 나왔으면 흥행 보장이다" 등 반응이 쏟아졌다.

비난 일색이던 국내 여론을 예의 주시해 온 디즈니는 한국 관객의 '여전한 불호'를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다니엘을 내세운 극장 프로모션 사진 및 광고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불필요한 잡음(캐스팅 논란)을 가린 디즈니코리아의 똑똑한 마케팅"이란 평가와 함께 "다양성을 중시하는 디즈니의 전략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어 불편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뉴진스 다니엘을 내세운 광고 및 극장 프로모션 사진

뉴진스 다니엘을 내세운 광고 및 극장 프로모션 사진



인종·외모차별주의 확산 주도하기도

2019년 할리 베일리 캐스팅 소식이 알려진 이후, 4년이 흘렀음에도 인종·외모차별주의가 여전히 팽배하다는 평가다. 특히 과거에도 한국은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혐오 표현이 유튜브나 트위터로까지 이어지며 도 넘은 인종·외모 차별 발언이 해외에 번역돼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할리 베일리 캐스팅 소식으로 떠들석할 당시, 한국에선 '또 다른 흑인 인어공주 후보'라는 글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졌다. 젠다야 콜먼, 디나 데노이어 등 배우를 거론하며 할리 베일리 캐스팅이 잘못됐다는 글이었다. 후보로 거론된 배우들의 외모를 칭찬하며 할리 베일리를 향한 차별적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루머'로 밝혀졌다. 한국 누리꾼들이 젠다야 콜먼, 디나 데노이어의 인스타그램으로 몰려가 '에리얼이 돼달라'는 댓글을 쏟아내면서다. 이들에게 '한국에서 인어공주 최종 후보로 알려져있다'라는 내용이 번역돼 전해지자, 당사자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외에서도 할리 베일리 캐스팅은 수많은 갑론을박을 불러왔지만, 루머까지 퍼트리며 거부감을 표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싱크로율(일치율)에 관한 반발보다는 인종·외모 차별적 시선이 섞였다고 볼 수 있다. 스타 마케팅을 내세운 배경이라 본다"라고 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한 발 나아간 '다양성' 필요할 때

'여전한 불호'에도 다음 작품에선 한 발 나아간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백인 아닌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을 넘어서 프리·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에서도 다양성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캐스팅으로 캐릭터의 기본값을 다시 설정했다면, 인물관계와 극의 전개에서도 걸맞은 극적 변화가 필요한 법이다. 더불어 작품 자체에만 그치지 않고 자막, 더빙, 프로모션, 마케팅 등 작업에도 이를 세심하게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성민 한국방통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디즈니는 레거시(전통)를 전복하는 방식으로 다양성을 추구해왔고,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긴다"라며 "결국 제작단의 다양성이 넓어져야 한다. 20세기의 일방적인 콘텐츠 제작 형태가 21세기에도 이루어지고 있다 보니까 팬들의 문화적저항이 심해진 것이다. 수용적 관점으로 창작이 될 때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논란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콘텐츠 산업에선 갑(甲)과 을(乙)의 싸움에서 병정(丙丁)에 해당하는 이들이 소외되는 현상이벌어지곤 했다"라며 "백인이냐 흑인이냐, 예쁘냐 못생겼냐 문제를 떠나서 더 많은 다양성이 뒤따라야 한다. 인종·외모를넘어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아질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할리 베일리 주연 인어공주는 이날 한국에서 개봉했다. 캐스팅 논란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만큼 국내 관객들에게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어릴 때 인어공주를 보고 세상이 바뀌었다"던 할리 베일리가 전세계 어린이의 세상도 바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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