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19)' 내 한화시스템 전시관./뉴스1 |
한화시스템이 저궤도 위성통신사업을 목적으로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추진한다. 민간 시장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방안을 고민하면서 제4 이동통신사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1990년대 말 휴대폰을 제조·판매한 적이 있다. 정부는 그동안 7차례에 걸쳐 제4 이동통신사 유치를 추진하다 실패했는데, 이번에는 유치에 성공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19일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며 “제4 이동통신사를 검토 중이긴하지만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회사가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준비하는 것은 2021년 8월 영국 위성 인터넷기업 ‘원웹’에 3억달러(약 4007억원)를 투자하며 위성제작과 ‘우주 인터넷’이라고 불리는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추진과 관련해 협업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원웹은 저궤도 통신 위성을 활용해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2019년 세계 최초로 우주 인터넷용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표면적으로는 한화시스템이 기간통신사업자에 등록하는 것은 미국 스페이스X가 만든 한국 자회사 ‘스타링크코리아’와 마찬가지로 저궤도 위성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행정적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하지만 한화시스템이 제4 이동통신사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은 저궤도 이동통신 서비스를 추진하면서 사업을 민간 시장으로 확장하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한화시스템은 현재 아나시스 위성을 통해 군에서 쓰는 군전용 통신 단말기 사업을 하고 있다.
통상 제4이동통신사가 되는 절차는 주파수 할당 공고가 나오면, 경매나 심사 등의 방법으로 주파수 할당을 받은 후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하면 해당 주파수를 활용해서 사업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한화시스템의 경우에는 우선 저궤도 위성통신사업을 목적으로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을 한 후, 제4이동통신사가 되고싶으면 향후 주파수 할당 공고에 응모하면 된다. 과기부 관계자는 “제4이동통신사에 관심있는 많은 기업을 만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이 이동통신 산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7년 한화시스템의 ICT(정보통신기술)부문의 전신인 ‘한화정보통신’은 퀄컴과 개인휴대통신(PCS) 휴대폰 제조와 판매에 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이동통신 휴대폰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삐삐시장이 PCS 단말기 시장으로 전환하면서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급증하자, 10여개 기업들이 앞다퉈 우후죽순으로 PCS 단말기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자 실적이 악화되며 한화는 2003년 해당 사업을 접었다.
◇ “제4 이동통신사 유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정부가 제4 이동통신사 유치를 위해 노력 중인 상황에서 한화시스템의 진출 검토는 반가운 소식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T,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마저 할당받은 5G(5세대 이동통신) 28㎓ 대역 주파수를 반납하자 새로운 사업자를 유치해 이를 할당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정부는 회수한 28㎓를 신규 사업자에게 3년간 독점공급하는 것은 물론 단말기 조달, 유통 지원, 자금 융자 등 다양한 당근책을 내놨다. 28㎓ 기지국을 추가 설치하는 대신 3.5㎓ 등 전국망은 기존 알뜰폰 사업자처럼 통신 3사로부터 빌려쓰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제안도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4 이동통신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 요건을 맞추려면 최소 3000억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외국 자본이 섞이거나 컨소시엄이 아닌 이상 이를 감당할 기업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투자 회수 가능성과 사업성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신규사업자가 300개 가량의 28㎓ 핫스팟을 설치하면 약 3000억원의 투자비가 들 것으로 봤다.
실제 한화시스템 내부에서도 “제4 이동통신사를 포함해 논의는 하지만, 시장이 포화됐고 시설 설치 등을 감안하면 큰 투자라 현실적으로는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회의적인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지금의 통신 3사와 똑같은 사업을 하는 신규 사업자의 출범 가능성은 많이 없다”며 “시장이 포화상태가 아니고 가입자가 1000만명 정도면 대기업도 들어오겠지만 지금은 (통신 3사가) 땅따먹기 하고 뺏어먹는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상희 기자(hu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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