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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태원 참사 200일' 최소한의 배려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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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여기 있는 사람 중에 이태원 참사를 예측한 사람이 있나, 좁은 골목길에 수많은 사람이 운집할 걸 예상하고 미리 대비하지 않은 게 탄핵당할 일인가?"

지난 9일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서 이 장관 측 대리인이 내놓은 말이다.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국회 측은 이 장관이 사전에 재난을 예방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후 조치에도 미흡했던 탓에 참사를 키웠다고 지적했으나, 이 장관 측은 책임을 부인했다.

사회부 김신영 기자

사회부 김신영 기자


오는 16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00일을 맞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탄핵심판의 공식 변론절차 또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지 3개월 만에 열렸다. 그 사이 유족들의 슬픔과 상처는 깊어지고 있다.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서 국회와 이 장관 측은 참사의 책임 여부를 두고 팽팽히 맞섰다. 국회 측은 이 장관이 헌법이 규정한 국가의 재해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공무원의 품위 또한 떨어트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장관 측은 주최자 없이 수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군집해 즐기는 축제는 재난안전법상 재난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며, 국민의 행복 추구권 등을 고려했을 때 사전에 이를 제재하거나 예방할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행안부 장관이 무슨 수로 좁은 골목길에 수많은 사람이 모일 것을 예상하고 용산구청과 경찰에 미리 대비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들 또한 별다른 보고가 없었고 건의도 하지 않았는데 전국을 통솔하는 행안부 장관이 참사를 예측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며 책임을 함께 회피했다.


이날 변론기일을 앞두고 헌법재판소 앞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로 북적였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장관은 변론기일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국민 여러분들께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국정의 공백과 차질을 조속히 매듭짓겠다"면서도 유가족들의 파면 촉구에 대한 입장을 묻자 말을 아꼈다.

앞으로 있을 변론기일에서는 국회와 이 장관 측이 각자 만의 법리해석을 토대로 더욱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탄핵심판이 시작됐고 이 장관의 파면 결정권이 헌법재판소에 달린 상황에 뒤늦게 이 장관 스스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 장관 측의 태도는 유가족의 가슴을 더욱 멍들게 하고 있다.


탄핵 심판대에 오른 입장에서 법리를 토대로 탄핵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피력할 수 있겠지만 이태원 참사를 예측한 사람이 있냐느니,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에 대해서도 국가가 다 책임져야 한다고 말할 순 없다는 식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은 비정하게 다가온다.

여전히 정부와 정치권 그 어느 곳에서도 이태원 참사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이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 자식과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가족들을 향한 최소한의 배려는 어려운 것일까.

s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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