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주석, 비상장법인 등으로 XBRL(재무보고전용언어)이 확대 적용됨에 따라 각 업계 움직임이 분주하다. XBRL은 기업 재무정보의 생성·보고·분석 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재무보고용 국제표준 전산언어다.
국내 4대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은 기업 수요에 대응하고자 XBRL 전문 인력을 충원하고 팀을 꾸리는 등 시장 선점에 나섰다. 하지만 XBRL을 활용해 재무 공시를 해야 할 기업은 정작 비용, 교육 부담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17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해부터 재무제표 보고서 단계적 재무데이터(XBRL) 공시가 의무화된다. 3분기 보고서부터 상장 금융사,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인 비상장법인의 XBRL 본문 적용이 의무화된다. 비금융 상장법인은 올해 사업보고서부터 본문뿐 아니라 주석에도 XBRL을 적용해야 한다.
이미 국내는 2007년 XBRL 기반 공시 제도를 최초 도입했고 2011년부터 IFRS(국제회계기준) 적용 비금융 상장 법인, 재무제표 본문에 한정돼 제한적으로 활용돼 왔다. 이 때문에 기업과 기업 재무정보 이용자들의 재무데이터 분석,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
당국에서는 IFRS 공시 안정화, 기업 부담 등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도입하다 올해 확대 방안을 확정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XBRL 공시가 활성화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차원에서도 더 속도를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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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 XBRL 조직 체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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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회계법인은 지난해부터 XBRL을 활용해 재무정보를 공시해본 경험이 없는 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조직을 확장하고 있다.
삼일은 올해 초 XBRL 전문인력을 추가로 확보했다. 또한 디지털 전담팀을 만들어 XBRL을 작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동화 프로그램들을 제공할 예정이다. 삼정은 지난해 8월부터 30여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XBRL TF(태스크포스)를 출범해 운영 중이다. 자체 프로그램도 개발해 기업들이 처음 XBRL을 작성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최대 30%까지 감축할 계획이다.
안진은 XBRL 업무만을 전담하는 센터를 만들고 4대 회계법인 중 가장 많은 인력(40여명)을 투입했다. 이들 대부분이 해외에 상장된 국내 기업의 XBRL 공시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다. 한영은 XBRL 전담 부서를 만드는 대신 기존 조직 안에 XBRL 관련 인력을 충원했다. 재무회계자문서비스도 함께 제공함으로써 기업들이 추후 회계법인 도움 없이도 XBRL 재무정보를 스스로 작성할 수 있게끔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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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비상장 기업은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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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과 회계법인은 새로운 제도 도입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할 당사자인 기업들은 당황해하는 모습이다. 자산총계 2조원 이상의 비금융업 상장법인 중 일부는 이미 사업보고서 주석항목에 XBRL을 도입해오는 등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비금융업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 회계업무 종사자들은 난색을 보였다. 특히 방대한 양의 주석을 확장하는데 비용이나 교육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여서다.
올해부터 XBRL 본문 적용 대상인 한 비상장법인 회계 업무 종사자 A씨는 "올해 3분기 보고서부터 XBRL이 도입된다는 사실을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며 "올해 처음 시행하는 만큼 회계법인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비용 부담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의 회계 업무 종사자 B씨는 "금감원에서 제공하는 XBRL 편집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지난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며 "주석의 경우 본문보다 작성할 내용이 많고 복잡하다는 점에서 당국에서 회계업무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했다.
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는 "XBRL을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시장에 많지 않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 있다"며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금감원이 유관 단체와 충분히 대화를 나눠 입장을 반영해야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비상장회사 회계 담당자에게 XBRL 관련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라며 "XBRL 온오프라인 실무 교육을 진행하고자 코스닥협회, 한국공인회계사회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감원도 XBRL 편집기 문제를 인지하고 있어 지난해 새로운 편집기를 개발했다"며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안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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