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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1심서 무죄였는데···검사는 이렇게 뒤집었다[수사는 과학이다]

서울경제 천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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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사이버 수사 분석
檢 , 박사방 참여자 1심 무죄받자
대화방 자체가 사라지지 않으면
사실상 영구보존 되는 영상 제시
소지 '무죄'서 '유죄'로 논거 세워


이른바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박사방’에 있던 회원 A씨에 대한 선고가 이뤄진 지난해 2월 11일 의정부지법. A씨는 주범 조주빈이 제작한 아동 성착취물 영상을 소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다. 박사방 사건은 국민 공분을 불러 일으킨 사건이었으나 선고 결과는 정반대였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휴대전화기를 바꿨기 때문에 성착취물을 저장했는지 알수 없고, 텔레그램의 ‘자동 다운로드 기능(대화방에 올라온 사진이나 영상을 자동으로 내려받는 기능)’을 사용했는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소지 행위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선고 결과에 법조계 안팎이 술렁였다. 선고 직전 공판 검사로 교체됐던 유용훈(사법연수원 47기·현 대구지검 김천지청 검사)도 충격을 받았다. 박사방 사건이 피해자들의 인격을 짓밟은 끔찍한 범죄였던 데다 법원이 제시한 무죄 사유로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심 공판이 진행되자 유 검사는 판결 분석을 통해 ‘텔레그램 대화방에 접속한 것 자체가 소지죄가 될 수 있다’는 논거를 세웠다. 특히 카카오톡 등 잘 알려진 메신저와 달리 텔레그램만의 개별적 특성이 잘 알려지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에 분석을 요청했다. 유 검사는 당시 2심 공판 담당은 아니었다. 하지만 2심 공판검사에게 사건 자료 등을 넘겨줄 때 법리와 근거를 보강하자는 취지에서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 사건을 전달받은 최재동 대검 수사관은 즉시 분석에 착수했다. 그가 분석 후 작성한 보고서에는 △텔레그램 대화방 초대링크를 타인에게 전송하고 링크를 통해 대화방에 참여하는 과정 시현 △‘그룹’ 및 ‘채널’ 대화방의 차이 △사진 및 동영상 파일이 업로드 되면 대화방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텔레그램 대화방이 사실상 클라우드와 같이 기능하는 건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없지만, 텔레그램은 대화방이 아예 사라지지 않는 이상 미디어가 사실상 영구 보존된다. 굳이 성착취물을 휴대전화에 내려받지 않아도 대화방에 들어가 있는 이상 언제든 볼 수 있어 소지한 것과 마찬가지인 효과를 얻는 셈이다. 또 대화방에 접속하면, 그 이전에 올라왔던 범죄 사진이나 영상들을 전부 확인 가능해 ‘클라우드(서버 저장소)’ 역할을 한다는 점도 명시됐다.

유 검사는 보고서를 넘겨받고, ‘자동 저장’ 기능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텔레그램 대화방에 접속한 것 자체만으로 소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논거를 정리해 2심 공판 검사에게 넘겼다. 4개월 뒤인 2022년 7월 22일 서울고법은 A씨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소지죄를 유죄로 인정해 1심을 파기했다. 한 검사의 집념과 수사관의 집요한 분석으로 텔레그램 성착취물 대화방에 접속한 것 만으로 음란물 소지죄 유죄를 받은 첫 사례를 만들어낸 것이다.

유 검사는 “박사방 같은 극악무도한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참여자에 대한 처벌 공백이 있어선 안 된다는 마음으로 유죄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천민아 기자 mi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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